'공룡 월마트 상륙, 유통업계 초비상' 1998년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마크로를 인수해 한국에 진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국내 시장이 다국적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국내 유통구조의 낙후성이 끊임없이 지적돼온 터라 언론들도 앞다퉈 경계경보를 전했으며 유통전문가들조차 월마트가 막강한 바잉파워와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국내 할인점 업계의 매출랭킹 앞자리에는 월마트의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 마그넷 등 토종기업들이 월마트에 앞서 선두를 달리며 격차를 더욱 벌여가고 있다. '이변'은 할인점시장에서만 일어나고 있는게 아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 편의점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유통산업은 고속성장하며 국내외로부터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산업은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이끌어 내며 우리나라가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올해 뚜렷해진 경기회복세도 활발한 내수소비가 밑거름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향후 전망도 밝아 주요 유통업체들의 주가는 올들어서만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한국 유통산업은 양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마케팅기법 정보.물류시스템 점포인테리어 등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백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소매유통시장에서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슈퍼 온라인쇼핑 등 기업형 유통업의 비중은 40%선을 넘어서 43.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유통업의 산업구조가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이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의 유통산업을 배우기 위해 방한하는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잦아졌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10년은 뒤진 것으로 평가받아 알게 모르게 천대받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라고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다국적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따돌린 할인점 업계에는 이제 일본 유럽 등지에서 견학오는 일은 더 이상 뉴스가 안될 정도다. TV홈쇼핑도 폭발적 신장세로 외국 유통업계로부터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또 올해부터 대거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쇼핑 업체들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고속성장세를 보이며 미래의 유통채널로 급부상 중이다. 개선된 실적과 높아진 국내외의 평가에 자신감을 얻은 유통업체들의 해외진출도 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주요 타깃이다. 한국 유통산업의 질적인 변화는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형 사회의 진전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진단이다. 현대유통연구소 김인호 소장은 "IT라는 햇빛이 비친데다 국제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유통산업의 내성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회복으로 소비심리 호전이 뚜렷한 데다 월드컵 지방선거 아시아경기대회 대선 등으로 이어지는 4대 이벤트가 몰려 영업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정착, 가계대출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추세 등도 유통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호재들이다. 모처럼 기회를 맞은 유통산업을 활짝 꽃피우기 위해선 전자거래기반 확충 물류표준화 전문인력 양성 조세금융지원 확대 통계 재정비 재래시장구조 개선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