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세계일류 기업-유통산업] (기고) '외국업체 공세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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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록 <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
1996년 한국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될 당시 유통업계나 학계는 물론 모든 국민들의 불안감은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만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적어도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등 각 업태에서 토종업체들은 시장을 굳건히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업체들이 시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을 필자는 대략 세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국내업체들의 공격적 경영이다.
국내업체들은 외자계 기업들보다 시장에 먼저 진출, 소비자들의 뇌리에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소비자들의 습관을 자사에 유리하도록 형성시켰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외자계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장전략을 구사, 핵심 입지를 선점하였고 다점화를 통한 대량구매로 저가판매를 실현했다.
유통노하우 부족에 따른 원가절감의 불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었던 것.
둘째 토종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의 업태 컨셉트를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철저히 토착화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특성과 도시구조 특성 등에 맞는 점포 컨셉트를 개발, 땅값이 싼 외곽지역이 아니라 이용이 편리한 요지에 자리잡고 그것도 모자라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창고형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점포를 만들고 키가 작은 한국인들의 체형에 맡도록 저층진열을 택했다.
한국주부들을 감안해 업태에 관계없이 식품에 중점을 둔 것도 한국만의 컨셉트이다.
셋째 토종기업들의 신속한 변화대응력이다.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급격히 변화하고 지속적인 신도시개발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구조와 상권을 변화시켰다.
국내업체들은 이런 변화를 꿰뚫고 있었다.
이에 비해 국내시장을 이해하는데 한계를 지닌 외자계 업체들의 대응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체들이 이같은 성과에 만족, 방심해선 안된다.
오히려 앞으로의 과제 해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외자계 기업들도 언제든지 공세를 강화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종업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유통 노하우의 적극적 개발이다.
이중 '점포내 마케팅' 기술과 무방문 구매수단의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점포의 대형화,다점화를 통해 매출증대와 가격우위를 지켜 왔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점포내 마케팅 기법의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내점 고객들의 객단가를 높여 수익률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생활양식에 부응하고 점포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고객들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의 개발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소싱 시스템 구축과 공급망관리(SCM)의 신속한 도입이다.
외자계 기업들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적응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유리한 조건에, 가장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면 글로벌 소싱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셋째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아시아 모델의 개발이다.
이제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는 기업은 오래갈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와 문화적 유사성이 큰 아시아 국가들을 1차 표적으로 한국적 모델의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