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 패커드(HP) 주주총회는 20일 새벽(한국시간) 자사와 컴팩간 합병안을 근소한 차로 승인한 것으로 합병 실현을 주도해온 HP 경영진측이 잠정 집계를 인용해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보 전문 서비스인 다우존스는 주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찬성률이 반대에 비해 불과 0.5%포인트 밖에 높지 않은 "박빙의 승부"였다고 말했다. HP측은 주총 투표 결과가 "몇 주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과가 2-4주후 공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합병 반대를 주도해온 HP 공동창업 가문의 월터 휴렛은 주총 후 성명을 내고 "표차가 워낙 근소하기 때문에 최종 집계를 내봐야 안다"고 주장하면서 최악의 경우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해 합병 승인을 둘러싼 HP 경영진과 창업 가문대주주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주총은 합병승인 여부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주주들이 회의가 열리기 2시간여 전부터 총회장 바깥에 줄을 서는 등 엄청난 열기를 과시했다. 한 개인 주주는 "찬반을 고심해 그간 3번이나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주총에 참가한 개인 주주의 대부분은 전현직 HP 직원들이었다. 주총 직전 금융정보 전문 방송인 CNBC는 HP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기관 투자가인 캐피털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의 경우 보유 6천900만주 가운데 6천500만주를 합병 찬성 쪽에 던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캐피털 리서치측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주총전 조사된 바에 따르면 창업가문 대주주 보유분 18%를 포함해 합병에 반대하는 지분이 모두 22% 가량인데 반해 공개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힌 개인투자자 지분은 8.9%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총후 조사된 바에 따르면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온 군소 주주들도 근소한 차로 합병이 승인됐다면 "놀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창업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병이 승인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소식통들은 합병을 주도해온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겸 최고경영자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면서 만약 합병이 부결된 것으로 확정될 경우 그가 퇴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주총후 기자들에게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면서 "비록 표차가 근소하지만 이기기에는 충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월터 휴렛은 기자들에게 "표차가 워낙 근소하기 때문에 (아직은) 패배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P 경영진측도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승리했다고 밝히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몇주후 최종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HP 주가는 이날 주당 25센트 상승해 오전장(이하 현지시간)에 19.50달러에 거래됐다. 한편 컴팩 주총은 20일 소집돼 합병승인 여부를 표결한다. 소식통들은 컴팩의 경우 주주들이 합병시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기 때문에 합병이 압도적 표차로 승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퍼티노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