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전시회라는 '세빗'의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독일의 정보통신망 건설을 언급하면서 "독일은 한국 다음으로 최고"라고 했다. 비단 이것 만이 아니라,여기저기서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은 한국정부 주도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민간주도의 미국보다 성공적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정부주도의 경쟁이 시장의 자율경쟁보다 나았다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평가는 얼마전 영국의 정부관계자도 내린 바 있다.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정부로서도 듣기 좋은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분석하고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정부가 인프라의 독점적 소유와 이익을 보장하면 사업자는 누구든 투자 유인을 느낄 게 뻔하다. 이 경우 인프라를 빠른 기간내 확장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어느 시점에 가서 인프라투자의 효율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인프라망의 개방 등 경쟁정책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신규 투자의 매력은 떨어지겠지만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어느 시점에 가면 과소투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인프라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이렇게 타이밍과 정책변화가 중요하다. 단순히 인프라 자체 만을 놓고 정부주도의 경쟁이니,시장주도의 경쟁이니 단정해서 말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프라만 생각하다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인프라 사업자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 자칫 콘텐츠를 비롯한 다른 관련 업체들이 위축될 수 있다. 다른 분야의 경쟁을 왜곡하면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전 정부는 향후 5년간의 정보화촉진기본계획 초안을 내놓았다. 과거처럼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과 고도화 사업이 단골 메뉴로 포함됐다. 의욕도 좋지만 이젠 이런 문제들도 함께 생각할 때가 아닐까.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