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개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판정 및 제재방침이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적된 내용은 고의적인 회계사실조작에 의한 분식과,회계기준 적용해석의 견해 차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고의적인 회계조작은 명백하게 분식회계의 전형이며 원천적인 허위사실에 의한 회계정보의 산출이기 때문에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회계기준적용의 해석과 관련해 분식판정을 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의 핵심은 지분법 평가에서 '부(負)의 영업권'을 인식하고, 이를 발생연도에 전액 이익으로 환입한 것이 회계분식이냐의 여부에 있다. 우리 나라 회계환경과 실무적 측면에서 볼 때 이를 분식회계라고 명확하게 결론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환입기간의 추정문제다. 우리 나라 기업회계기준이 본격적으로 지분법을 도입한 것은 1998년 12월이다. 이때 개정한 기업회계기준 제59조 제3항에서는 지분법을 적용한다라고만 규정했다. 그후 1999년 6월에 기업회계기준해석이 공표돼 1999년 12월 결산회사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기준해석에서는 부의 영업권을 인식했을 때는 20년 이내의 '합리적인 기간'동안 정액법으로 환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환입기간의 최고한도만 정해 있고 최저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것과, 구체적인 환입기간의 결정방법에 관한 세부규정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을 실무에 적용해야 하는 기업은 회사 재무상황에 따라 합리적 판단으로 환입기간을 정해 회계처리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기간은 기업회계 담당자와 회계법인이 사정에 정통한 판단(Informed Judgement)에 의해 결정하면 된다. 둘째는 부의 영업권 일시환입처리에 의한 조기이익계상과 기업회계기준의 기본정신이라고 하는 보수주의, 실현주의, 수익비용 대응원칙과의 상충문제다. 미국에서 FASB(재무회계기준심의회)가 발족한 1970년대 전반은 소위 자산부채파와 수익비용파가 팽팽하게 맞서며 활발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그 이후 급속히 자산부채파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나라의 기업회계기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지분법회계제도에서 영업권이나 부의 영업권 산정은 수익과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자산의 평가문제에 그 본질을 두고 있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행 회계기준에서도 채권채무의 재조정, 자산수증이익 등에 관하여는 이들 원칙과는 부합되지 않는 규정을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위 두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부의 영업권을 1년에 걸친 기간에 환입한 것을 분식회계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의문으로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미국의 회계기준은 FASB 등 여러 조직이 40년 이상에 걸쳐 만든 공식적인 의견의 거대한 집합이다. FASB는 1백40개가 넘는 재무회계기준보고서, 40여개의 재무회계기준 해석, 4백개가 넘는 현안 합의서, 그리고 몇백개의 질문과 답변을 포함한 특별실무지침 등을 발행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완전히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식적 기준만 알고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기업회계기준과 해석, 적용사례는 지분법회계에 대해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면도 있다. 또 이 기준은 실무적 수용성을 충분히 검증해 보지 않은 채 시행됐다. 여기에다 미국 엔론사태, 국내 경제환경의 영향, 감독당국의 분식회계 척결의지 등으로 '지분법 회계' 문제가 하루아침에 '분식회계'라는 멍에를 쓰고 말았다. 지분법 회계는 개별재무제표를 중시하는 우리 기업에 도입하기에는 많은 시행 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분법 회계 도입초기에는 많은 질문과 답변이 기업.감독당국.회계법인 사이에 오가며 실무가 정착돼야 한다. 회계처리 기준이 관행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제재의 칼을 휘두를 것이 아니라, 관련기관들이 보다 많은 의견서나 해석을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는 등 지도, 계몽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올바른 회계관행을 확립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