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보유한 석·박사 인력은 5천5백명. 이중 박사급만 1천2백명이다. 지난해 신규임원이 된 1백49명중 40%에 해당하는 61명이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다. 이중 절반 가까운 28명은 조지아텍,하버드 등 해외 명문대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전체 4만8천명 임직원중 생산기능직(2만5천명)을 제외한 2만3천명의 25%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매년 1백명씩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를 능가하는 한국최대의 '인력 풀'이다. ◇한 명의 천재가 일만명을 먹여 살린다=삼성전자 인사팀은 핵심 직원들을 S(Super)급과 H(Head)급으로 분류,별도 관리한다.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핵심두뇌들이다. S급인원만 4백명. 이들의 연봉은 같은 직급내 임직원보다 세배가 많다.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해외채용팀은 미국 유럽을 돌며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CTO출신인 오영환 SoC(System on Chip)연구소장이나 루슨트테크놀로지 부사장 출신인 전명표 디지털솔루션 센터장이 대표적 케이스. 송지우 메카트로닉스센터장은 미국 UT(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사에서 항공기 엔진사업를 총괄하고 GM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기술을 △기초 △첨단 △핵심 △미래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각 단계에 맞는 인력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2백여명의 인력이 해외 연구소에서 미래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교육에 투입된다. "미래기술은 5∼10년 후 삼성전자를 먹여살릴 토양"이라고 안병길 첨단기술연구소 소장은 강조한다. ◇해커에서 신춘문예 당선자까지=지난 99년 벤처바람이 불 당시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클럽출신 전문가들의 공식 스카우트 액수는 2억원. 이들은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이수한 수재들이 아니었다.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PC 조립,프로그램 제작 등 부업을 하면서 '야전'에서 명성을 쌓아온 해커나 프로그램 전문가들이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력풀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멤버십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 클럽엔 삼성전자의 직원이 아닌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소프트웨어 클럽외에 디자인멤버십,휴먼텍(논문상) 클럽 등이 그것이다. 해커나 프로게이머에서부터 고시합격자,신춘문예 당선자까지 삼성 인사팀이 안테나를 세우는 관리대상이다. "이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정규 교육과정에 길들어진 규격화된 '붕어빵'들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인재개발연구소 안승준 상무) 실제로 디자인 멤버십은 지난 99년 미국 IDEA 디자인공모전에서 은상과 동상을 받은 것을 비롯 독일 IF Awards와 오사카 공모전 등 세계 3대 디자인전에서 23개 제품의 수상을 이끌어 냈다. ◇기술과 사업전략의 공유=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첨단기술 연수소(이하 첨기연). 7천2백평 규모의 이 곳은 신입사원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최신 기술동향을 재교육하는 기관이다. R&D 기술만을 별도로 교육시키기 위해 연수기관을 운영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90년 이건희 회장의 제2창업 선언과 함께 설립된 첨기연은 회사의 장기 전략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4백쪽 분량의 전자입문 과정 교재 제목은 'Solution for MDC(마켓 드리븐 컴퍼니·시장지향기업을 위한 해결책)'. MDC는 삼성전자의 기업목표다. 이 곳에서 지난해 개설되는 교육과정만 97개. 연간 교육인원만 3천여명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은 5천3백명. 그룹 전체로는 1만3천명이 넘는다. 총 인력의 12%다. 삼성은 2005년까지 이를 2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콘텐츠,소프트화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이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산·학협력=삼성전자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국내 톱 클래스 대학과 공동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단계까지 이르뤘다. '1+1,2+2'라고 불리는 산.학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연세대(디지털) 고려대(통신) 성균관대(반도체) 한양대(소프트웨어) 경북대(전자공학)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과정은 1년간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나머지 1년간을 해당업무에 종사할 경우 석사학위를 주는 프로그램. 2+2는 박사과정이다. 각 커리큘럼은 대학과 삼성전자 공동의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이 과정을 이수한 직원은 1백49명. 올해 95명이 신규로 등록됐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특별취재팀 = 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 강현철, 이익원, 조주현, 김성택, 이심기, 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