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미국 CNN부사장 게일 에반스가 말하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성공지침"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을 정확히 파악하되,여성적인 강점을 적절히 활용하며 경쟁하라는 충고다. 미국계 화장품 방문판매회사인 한국 뉴스킨의 박은숙 사장(46)은 이 지침에 딱 들어맞는 "성공사례"다. 1996년 설립된 한국 뉴스킨이 전세계 뉴스킨 지사중 최고의 성장률(연평균 50% 안팎)을 과시하도록 이끈 주역.남자천지인 유통계를 바닥부터 훑어 최고경영자에 오른 그는 "여자처럼 행동하되 남자처럼 생각하고 황소처럼 일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아왔다. #소녀와 황소 회사 밖에서 그의 별명은 "소녀"다. 아담한 체구,말간 피부,윤기나는 생머리,호기심 가득한 눈빛 때문에도 그렇거니와 아무리 싱거운 유머에도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는 듯 즐겁게 웃어주는 성격이 그렇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르다. 1년내내 1등출근,밤 12시 퇴근도 보통.자나깨나 일생각.평소 더없이 사분사분한 여성스러움을 떨치는 그지만 업무상 실수에는 남자들도 눈물이 쏙 빠지게 호통을 치는 무서운 상사다. 일에 칼같이 엄격하고 억척스러운 그를 직원들은 "황소같은 사장님"으로 부른다. "일이 있을때는 아침(절대 "새벽"이 아니다)6시반쯤 나와요. 집중도 잘되고 오후 시간 활용하기도 좋고요"일이 없을때는? "없을때는.,.할 일을 만들죠" "아침에 일어나면 당장 일터로 뛰어나가고 싶다"는 그에게 일은 체질이다. #내빵은 내가 번다 예전부터 "일"에 관한한 별스러웠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직업의식"이 투철했다. 대학시절(숙명여대 무역학과)에도 졸업후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의지로 삼각지 미용학원에서 "빠마기술"을 배웠고,타이핑도 배워뒀다. 짬짬히 무역영어학원도 다녔다. 문구점 판매원,인구서베이,과외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안해본 게 없다. 졸업후엔 1년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일을 하기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시카고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에 가기전에 정장을 좍 마련해서 갔죠.가보니 다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니더라구요. 죄 버려야 했지요" 귀국후 미국계 완구회사인 러스베리 코리아에서 마케팅담당으로 일하던 그는 89년 애경이 유니레버와 손잡으면서 화장품과의 연을 맺었다. 영어가 되고 마케팅 감각이 있는 사람을 찾던 회사가 그를 계장직으로 뽑았다. 섬유유연제 포미 바세린 등의 브랜드매니저를 맡아 "똑똑하고 부지런하기로"인정받던 그는 93년 유니레버 코리아가 따로 떨어지면서 유니레버 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계열 화장품브랜드인 엘리자베스 아덴의 런칭을 맡으라는 주문.홍보.교육담당 매니저였던 그는 다른 부문 매니저급 2명과 함께 백화점 런칭을 시작했다. 매장 하나 열려면 새벽 4시부터 손수 짐을 날랐고 하루에 매장 두개를 열기도 했다. 하루종일 백화점에서 살다보니 다른 화장품 브랜드 점원들까지 "왕언니 나오셨냐"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21개 매장을 성공리에 뿌리내렸다. DM발송때 우편봉투안에 샘플을 넣어 돌리는 샘플링으로 선풍을 얻기도 했다. #매장에선 '왕언니' 곡절도 많았다. "남자 담당자 없냐는 질문을 부지기수로 들었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정중히 제가 담당입니다라고 말했죠.어쩌겠어요. 부딪치는 수밖에" 화장품계의 "작은여걸".홍콩 의류브랜드인 에스프리 지사장은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던 그를 보고 그 자리에서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다. 96년 한국 뉴스킨 설립 때 마케팅 매니저 자리를 제의받았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희박했을 때였지만 선뜻 응했다. "뭐든간에 새로 시작하는 게 좋았어요. 내역할,내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IMF시절 잠시 주춤했던 사업은 이젠 안정적인 고속성장 궤도에 올랐다. "평생직장 대신 평생직업을 가지는 시대가 됐잖아요. 사회참여하려는 주부들도 늘었고.고학력자들도 대거 참여하면서 시대도 도와준 것 같아요. 다음 목표는 뉴스킨을 "써보고 느끼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는일이예요" 여자후배들에게 하고싶은 고언. "요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해요. 실력은 기본이지요. 그런만큼 성실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외국기업이라고 저녁 6시면 쌩하니 집에 가버리거나 하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습디다. 자기일이 끝났으면 다른 일도 좀 도와주고.영업.마케팅도 해보고.적극적인 면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