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전자(대표 이충구)는 헤어드라이기로 유명한 소형가전업체다. 지난 1979년 창립된 이래 24년간 이 분야에서 다국적 가전 업체와 어깨를 당당히 해온 "토종"업체다. 이 회사 이충구 대표는 건전지 전문업체인 로케트전지에서 일했다.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일본인 친구를 통해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헤어롤"을 접하게 됐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도 이 제품이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사업 초창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만해도 국내 부품산업과 금형기술이 낙후돼 있어 제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수지가 맞지 않았던 것. 그러던 1984년 일본의 사토와 합작을 하면서 유닉스 전자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서 헤어드라이기의 핵심 부품인 히터와 모터 제조 기술을 인정받고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샤프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독일 미국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1997년엔 ISO 9001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유닉스전자는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했던 외환 위기 사태를 빗겨나갈 수 없었다. 게대가 싼 가격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중국 기업들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다국적 기업 사이에 끼어 입지가 더 흔들렸다. 이같은 위기에서 유닉스 전자가 들고 나온 카드는 바로 유연한 시장 전략이었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저가 공세를 취하면 가격을 낮춰 대응했다. 다국적 기업에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면 곧바로 연구 개발에 돌입해 한단계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유닉스 전자는 최근 몇해동안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위기 상황에서 꿋꿋히 버텨나갈 수 있었다. 유닉스 전자는 얼마전부터는 헤어드라이기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자 면도기,자동의자 안마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거래선도 다변화했다. 2백여개의 도매거래처를 비롯해 하이마트 등 4개 양판점,이마트 등 4개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시작했다. 회사측은 "인터넷 판매는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20~25%가량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다국적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6월 중국 칭타오에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인기댄스 그룹 베이비복스를 전속 모델로 기용했다. "월드컵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1백10~2백20V겸용 제품을 대량 선보일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3백5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올해 4백50억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02)703-7111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