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의 재정 '잠재적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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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은 올해 3백75억달러의 기록적인 예산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이를 발표한 샹화이청 중국 재정부장은 세계 경기침체속에서 견조한 경제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한 대가라고 밝혔다.
중국의 신중치 못한 재정정책은 숨겨진 부채까지 감안할 때 재정 위험이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잠재적인 시한폭탄으로 비견될 만하다.
당국자들은 이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로선 중국이 재정 부담을 짊어질 능력은 있어 보인다.
중국의 외채는 1천5백억달러로 2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게다가 외채의 20% 정도만이 1년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부채다.
정부는 또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막대한 가계저축도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더욱 깊이 분석하면 최고의 낙관론자도 걱정할 만큼 재정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공식적인 부채 및 예산자료에는 정부의 우발채무와 비용이 빠져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빚과 비용이 될 수 있는 항목이 누락돼 있는 것이다.
4개의 국유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1998년 발행한 2천7백억위안 규모의 채권이나 이들 은행으로부터 악성부채를 사들이기 위한 재원을 마련키 위해 4개의 자산관리공사에 의해 발행된 1조위안 규모의 채권 등이 우발채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들보다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재정 재앙' 가능성에 대한 여유있는 태도다.
중국 정부는 경제를 북돋우기 위해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재정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려되는 것은 7%의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만큼 경제성장이 이보다 둔화될 즈음에는 비용을 억제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는 공공지출이 통제를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0.5%에 이르는 2조1천억위안에 달한다.
96년에만 해도 7천9백30억위안으로 GDP의 11.6%에 그쳤었다.
물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더욱 엄격한 통제가 없다면 정부가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취하는 어떠한 세제개혁도 재정적자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재정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아르헨티나가 잘 보여준다.
오늘날의 중국처럼 아르헨티나도 90년대에는 국제투자자들의 선호대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재정확대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했고 페소화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는 국제투자자들의 환리스크를 제거해 막대한 외자가 유입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아르헨티나를 재정 충격에 취약한 체질이 되도록 만들었다.
재정 충격은 99년과 2000년에 일어났다.
이 때에는 미 증시에 국제자본이 몰리면서 아르헨티나 및 다른 이머징마켓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이 급격히 줄었다.
아르헨티나가 외자유치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금리가 치솟았고 결국 막대한 부채에 짓눌려 디폴트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개도국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흐름이 국제자본의 유동성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나라의 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 역시 주요 변수다.
중국은 아시아로 유입되는 국제자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유지하는 능력이 긴요하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계기로 경제의 개방폭을 확대해야 한다.
중국은 '재정 시한폭탄'이 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수입을 늘리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재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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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에 실린 'Beijing's Budget Time Bomb'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