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나 BT(바이오기술)는 물론 화학 물리 등 기초학문에 이르기까지 나노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는 나노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육성이 절실합니다" 지난 12일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기술과학기술연구소의 신성철 소장(50·물리학과 교수). 그는 나노기술을 통해 인류가 물질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제어하는 시대가 멀지않아 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나노기술 신봉자'다. 신 교수는 나노과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칩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기존의 플로피디스크보다 1천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자기 기록매체를 개발해냈다.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불리는 초미세 영역자기성질 연구를 통해 최초로 엄청난 용량의 광자기 기록물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니클계 나노 다층박막을 이용,광자기 기록물질을 선보였다. 스핀의 방향이 박막과 평행인 것으로 알려진 니클계 물질에 팔라듐과 플라티늄을 번갈아 증착하면 정보저장 밀도가 큰 수직 스핀의 새로운 광자기 기록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는 "미개척 분야라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며 "장비든 부품이든 전부 새로 만들어가면서 연구해야 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연구에 꼭 필요한 고순도 철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을 때였습니다.러시아 유학생의 아버지가 고순도 철을 취급하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이제는 됐다 싶었는데 기쁨도 잠시였지요.수교이전이라 고순도 철을 들여올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우여곡절끝에 가까스로 이를 입수해 결국 신물질을 개발해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나노연구에 필수적인 측정분야에서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10억분의 1m 단위의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성질변화를 실시간 동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광전자현미경 자력계를 개발해 냈다. 이 자력계는 실험대상 물체에 5천Oe(에르스텟)의 자기장을 발생시킨뒤 일어나는 전자의 자성변화를 4백nm 해상도로 측정해 디지털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이 기계를 활용한 신 교수의 자기특성 연구결과는 물리학 국제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출신으로 KAIST 석사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4년부터 88년까지 미국 이스트만 코닥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역임하고 89년부터 KAIST에 몸담으면서 스핀정보물질연구단장을 맡고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