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 들어 1승2무4패라는 부진을 거듭하며 국민들의 우려를 사왔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새벽(한국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모처럼 시원한 경기를 펼치며 2 대 0 승리를 거뒀다. 한국팀은 이날 경기에서 안정된 수비와 꾸준히 이어지는 공격이 모두 부활,꺼져가던 월드컵 16강의 희망을 다시 살려 놓았다. 대표팀 공격의 회생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킬러'의 고민을 해결해 준 안정환(페루자)과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의 공이 컸다. 지난 13일 튀니지전에 이어 연속 선발 출장한 안정환은 설기현의 뒤를 받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상대 진영을 아래 위로 오르내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안정환은 날카로운 패스로 연이어 찬스를 만들었고 후반 19분 교체될 때까지 수차례 매서운 슈팅을 날리며 팀의 분위기를 살려 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선홍은 한국팀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킬러로서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후반 종료 직전 2분 간격으로 연속 골을 넣은 황선홍의 활약은 히딩크 감독의 '킬러 걱정'을 덜어낸 동시에 그동안의 지독한 골 갈증을 풀기에 충분했다. 후반 19분 교체 투입된 황선홍은 최전방에서 적절한 위치 선정과 폭넓은 좌우 움직임으로 지친 핀란드 수비진을 교란하더니 두차례 맞은 결정적인 찬스를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증명했다. 이날의 공격은 믿음직한 홍명보의 수비에 힘입었다. 9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홍명보는 튀니지전보다 훨씬 안정된 플레이로 상대방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다. 이날 1백21번째 국가대표팀간 경기 출전으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최다 출전 기록과 타이를 이룬 홍명보는 포백 수비의 중심에 서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홍명보가 수비수와 공격수들의 중간에서 플레이 전체를 조율한 것은 승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었다. 김태영이 밝힌 것처럼 홍명보가 수비의 한 가운데 포진할 경우 다른 수비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또 홍명보는 공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볼을 몰고 공격 진영까지 올라와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시키기도 했다. '꾀돌이' 윤정환도 후반 교체 투입된 뒤 상대 수비의 빈틈을 찌르는 특유의 공간 패스로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모처럼 공·수에서 활력을 찾은 대표팀이 오는 27일 새벽 독일에서 열리는 본선진출국 터키와의 일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