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주 < 삼성에버랜드 환경R&D센터 실장 > 3월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연평균 강수량이 1천2백74㎜로 세계 평균인 9백70㎜의 1.3배에 이르지만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아 연간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1분의1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그런데도 1인당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3백88ℓ에 이른다. 더구나 지역별,계절별로 강수량 차이가 심해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질 환경의 악화도 물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해마다 겪고 있는 제한 급수가 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수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을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 독일을 비롯한 수자원 분야의 선진국에서는 수자원 부족의 해결책으로 빗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 빗물을 활용해 제한된 자원인 지하수를 보호하고 있다. 물론 빗물을 먹는 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원용수, 화장실이나 세탁 등 생활용수로 이용해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 독일에서 빗물 이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20년 전으로 일부 환경론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현재는 1백여개가 넘는 설비 제조업자들이 빗물 관련 상품 시장에서 활발히 연구 및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의 조립식 콘크리트 탱크 제조업체인 Mall-Beton GmbH(말-베통 게앰베하) 회사는 지난 10년간 수돗물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대용량의 빗물 전용 저장 탱크를 10만개 이상 공급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빗물의 이용은 학교, 세차장 혹은 산업용으로 범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조사에 다르면 국내 도심 지역의 건물 옥상면적은 약 2만8천㏊에 이르는데 이 중 10%만이라도 우수(雨水) 저장 및 재활용 시스템을 갖춘다면 서울시에서만 연간 1천2백억원 정도의 물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빗물 활용은 대체 수자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폭우가 내릴 때 하수도나 처리시설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이점이 있다. 빗물 저장시설이 수많은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므로 홍수 예방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 2000년 7월 환경부가 개정한 수도법에는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등 넓은 지붕면적을 갖고 있는 대형 건물의 일부에만 빗물 이용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는 대규모 단지 건설시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빗물을 이용하는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업체나 연구단체 등도 버려지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