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경제학 교수가 쓴 책 '경제학으로 풀어 본 일본정치'(이호리 도시이로 지음,권선주 옮김, FKI미디어, 1만원)는 일본 정치문제에 대한 공공선택론적 해설서인 동시에 일본 정치를 경제적 관점에서 더 효율적으로 개혁하라는 주문서이다.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처음 세 장에서는 선거제도, 정치불신 및 압력단체의 로비활동을 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 있다. 투표행위의 기회비용이 적게 드는 노인과 전업주부 층이 선거에서 중위투표자가 되므로 그들의 선호가 편파적으로 반영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다음 세 장에서는 일본의 경제적 문제가 정치적 비효율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일본 재정적자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부실채권 처리를 미뤄온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복지비용의 증대가 큰 위험요소임을 경고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공적연금의 경우 명목상으로는 적립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과방식으로 운용되면서 현재의 젊은 세대가 연금을 탈 노령이 되었을 때는 자신이 지불한 것보다 훨씬 적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세대의 노령층부터 연금을 줄여야 하지만 노년층을 지지기반으로 한 의원들이 쉽게 법령을 개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권율이 높은 젊은 유권자의 선호가 더 정확히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구 범위를 현재의 동일한 지리적 위치가 아닌 동일한 연령대로 바꾸어 연령별 소선거구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신선한 발상은 고질적인 지역연고주의가 만연하는 한국에도 적용해 볼만하다.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종 이익단체들의 기득권을 축소정리할 필요가 있으나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총론찬성 각론반대'로 번번이 개혁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은 남의 나라 말만이 아니다. 마지막 장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자금과 정책이나 선거 관련 정보를 정확히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것 역시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저자는 마치 선거제도만 개선하면 정치가 잘 될 것 처럼 썼지만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정치자금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자민당 내 파벌정치와 보스정치라는 지배구조의 제도적 개혁에 관한 제안이 없다는 점도 경제학자가 쓴 책의 한계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 이웃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의 정치적 비효율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식인의 필독서다. 소병희 < 국민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