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김종창 <기업은행장> .. '돈버는 국책은행'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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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민간 기업에서 초청받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
김종창 기업은행장(54)의 포부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요즘 자신을 '프로 CEO'로 담금질하는데 몰두해 있다.
그가 재정경제부 주요 국장 보직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 생활을 정리, 은행 경영자로 입문한 것은 지난해 5월.
은행가로 변신한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 그의 포부가 단순한 '희망사항'만은 아님을 읽을 수 있다.
은행장 취임 이후 그가 강조하고 있는 경영원칙은 크게 세가지다.
'수익경영.고객만족경영.투명경영'이 바로 그것.
그는 우선 '돈버는 국책은행'을 목표로 세웠다.
"국책은행이 돈을 벌겠다고 하니까 말들이 많지만, 손실이 나면 모두 국민 부담이 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는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이익을 내지 않으면 기업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없다. 수익성이라는 것이 결코 공공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지난해 4천42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이익 목표를 7천억원으로 세워뒀다.
그가 두번째로 꼽는 원칙은 고객만족경영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거래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답게 이를 정부에 비유하기도 한다.
각 정부기관이 모두 국민을 만족시키는 행정을 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는 것이 투명경영이다.
그는 은행의 생명은 대외 신뢰라고 강조한다.
경영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직원들과의 관계도 대화를 통한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것으로 투명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직원들과도 e메일을 통한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갖가지 불만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대부분이다.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관련 부처에서 32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그가 언제 이같은 CEO 철학을 체득했을까.
그는 변신의 계기로 외환위기를 꼽는다.
외환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이같은 원칙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환위기는 국가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기폭제였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하나의 기회"였다고 말한다.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그는 재경부 국민생활국장이었다.
그는 "당시 원자재 수입을 위해 은행들이 신용장을 개설하려고 해도 외국계 은행들이 모두 기피했다.
외환위기로 은행들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지자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든 것이다"고 회고했다.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경험에서다.
또 외환위기의 원인이 바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데 있는 만큼 그는 기업의 본분인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고생한 데는 그동안 기업규모만 보고 대출했던 관행도 한몫했다"며 "대출의 기본인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수익을 올려야겠다는 마인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관료티 털어내기'는 이같은 경영철학을 말로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로 그는 기업은행장이 된 것을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로 반기는 모습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기업은행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는 수익경영을 위한 한 방법으로 올해부터 사업본부제를 전격 실시했다.
각 본부별로 책임경영을 맡기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또 경영성과 외에도 제도와 직원의 의식구조를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신이 읽은 경영서적 등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독서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에서는 우수인력이 더욱 중요한 만큼 교육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물론 이같은 변화에 대한 내부 불만이 없진 않았다.
그는 "어느 조직이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는 반면 변화에 대한 저항도 있게 마련"이라며 "최고경영자는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관심은 내부 개혁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은의 장래 발전상을 그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일단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기업은행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관투자가를 만나고 IR를 정례화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방침의 일환이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는 기업은행을 증권거래소로 이관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정부와 한국투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전략적 제휴를 통해 분산시켜 거래소로 옮기는 일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그는 기업은행장이 된 후 '뛰는 경영'으로?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수백여명의 거래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전국 7개 공단을 직접 돌면서 중소기업 대표들의 건의사항을 들어보고 업무에 반영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위해 톈진지역도 방문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실물경제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며 "기업은행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중소기업 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CEO 변신 노력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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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48년 경북 예천 출생
서울대 상학과
행시 8회
재무부 이재국 금융정책과장
주영 대사관 재무관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권성자 여사와 2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