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또다른 고민' .. 마이크론 협상 쟁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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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간에 진행되고 있는 매각 협상에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대응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처리방안을 둘러싸고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특위 관계자는 22일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채권단간 협상에는 사후손실보상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라며 "특히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후손실보상문제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비롯해 지식재산권관련 손실 및 환경피해보상 등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사업은 하이닉스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이므로 메모리사업을 매각하는 경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대상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상당수 주주들은 하이닉스가 메모리사업을 팔고 나면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간주, 주식매수청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매수 자금의 부담문제.
법적으로는 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주식매수대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상태다.
잔존하는 하이닉스반도체에 2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하는 마이크론은 하이닉스가 주식매수대금을 모두 부담하는 경우 자신들의 투자지분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손실을 채권단이 사후 보상하거나 아니면 주식매수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뒤에나 투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하이닉스채권단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채권은행은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자금을 채권단이 부담할 경우 하이닉스대출금중 실제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되지 않는다며 매각협상 자체에 회의적이다.
매각대금 38억달러중 하이닉스 미국현지법인의 차입금 10억달러를 우선변제하고 마이크론에 15억달러를 지원하고 나면 남는 자금은 13억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식매수자금으로 10억달러 가까이를 쓰면 매각의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것.
이같은 점을 우려해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달 "하이닉스 매각대금을 채권단이 모두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채권단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면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하이닉스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기를 원하는 정부의 채근에 밀려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는 이 쟁점을 비켜 나간다고 해도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채권단과 하이닉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 연합을 결성, 외환은행본점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헐값매각 반대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설립하는 메모리법인(가칭 '마이크론 코리아')에 15억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리보+3%에 가까운 수준의 금리를 적용키로 마이크론과 대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은 자금지원에 주요 은행만이 참가할지 아니면 전 기관이 참가할지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자금지원 등의 문제에 대한 의견조율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채권단 회의를 열지 않고 의견수렴에 치중하기로 입장을 정리, MOU(양해각서) 체결이 이달내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도 21일(미국현지시각) 분기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이닉스와의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간헐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협상에서는 진전과 후퇴가 있을수 있지만 우리는 전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택.김준현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