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運烈 < 서강대 교수 / 한국증권연구원장 >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외형적인 변모양상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게 한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고 있는 고층 건물,전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망 등이 변화를 실감나게 하는 요인들이다. 중국의 발전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면과 '기회'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 반면 물밀듯이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중국의 공업화 산물인 공해물질이 황사를 따라 우리나라로 흘러 들어옴으로써 우리가 입는 피해는 매우 클 것이다. 우리 서해안의 어장들이 중국 공해물질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은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얘기다. 그러나 이상에서 언급한 것 보다 훨씬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중국인들 저변에 흐르고 있는 철저한 자본주의 정신이다. 어떻게 지난 50년 이상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한 중국인들이 이처럼 자본주의적일 수 있을까.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 우리가 이상하리만치 절대평등의식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경쟁마인드로 무장한 중국이 노도처럼 치고 나간다면 우리의 입지가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공기업들은 지금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오랫동안 파업을 강행하고 있지만,중국은 확고한 신념과 정치지도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공기업 민영화에 성공하고 있다. 우리는 초·중·고교에 도입한 평준화의 개념 때문에 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는 사이,중국에서는 기부금 입학제도를 도입하고 사립학교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베이징 거리를 달리고 있는 택시에서 기이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일반택시인데 요금체계가 다르다. 기본요금이 1백20,1백60,2백위안으로 각각 다르다. 차의 크기,성능에 따라 요금 체계가 다르단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나가서도 우리와 너무 다른 모습을 경험했다. 출국 수속을 받고 탑승하기 위해 미니버스를 타게 된다. 아무 버스나 타려 했더니 안내원이 와서 VIP라고 써 있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손님을 VIP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값을 더 지불했으니 대접을 잘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자본주의적인 중국의 모습이다. 평등의식에 사로잡혀 우수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려 하면 '국민정서' '위화감' 운운하며 꺾어버리는 우리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자기의 탤런트와 능력에 따라 차등 대접을 받고,경쟁을 통해 더 높은 대우를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장점이다. 경쟁적으로 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할 때 사회는 발전하게 돼 있다. 왜 우리 사회는 이처럼 자본주의적이지 못할까. 아마도 역대 정권들의 정통성이 부족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권력이 있는 자, 부를 소유한 자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데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너희들이 진정 똑똑해서 권세를 누리고 부자가 된 줄 아느냐.우리와 다 비슷한데 어쩌다 쿠데타에 성공하고,탈세 등 부정부패하여 권세를 누리고 부유하게 살지'하는 의식이 국민들 머리속에 만연된 결과가 아닐까. 그러한 환경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확천금하려는 천민자본주의 정신이 일게 됐고,사회 전체가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에서 멀어져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에 참다운 자본주의 정신을 함양하려면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을 어기면 철저하게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권세를 누리고 부정한 사람들이 실형을 선고받고도 머지않아 사면·복권돼버린 현실에서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오히려 한탕주의의 사고 방식을 갖게 할 것이다.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고,부유한 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의무를 다 해야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기업 하는 사람,돈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회가 진정한 자본주의 국가이다. 비록 면적이 좁고 인구수가 적지만,교육수준이 높고 근면한 우리가 철저하게 자본주의 정신에 투철하기만 하면 중국은 결코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만은 아닐 것이다. wychoi@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