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교류를 위해 작은 가교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주말인 지난 23일 부산에서는 한·일 IT교류·협력을 활성화시키게 될 새로운 이정표 하나가 세워졌다. KT(옛 한국통신)와 일본의 NTT가 주도해 개설한 '한·일 해저광케이블 네트워크(KJCN)' 시험 개통식이 열린 것. 특히 이날 시험개통식에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까지 참석해 이목을 모았다. 이 네트워크가 정식으로 개통되면 양국은 인터넷을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동화상 음악 등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양국간 경제협력을 제고시킬 이 해저광케이블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든 주역은 김덕길(일본명 가네다 나오키·57) 아시아IT스트래티지 회장이다. 양국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던 사업이었지만 현해탄을 건너다니며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성사시켰다. 김 회장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부동산 사업,벤처사업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일본의 재계및 관계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이날 시험개통식에 참석하고 한국의 역사가 숨쉬는 경주를 방문하도록 주선한 것도 바로 김 회장이다. "지난번 방문때 고이즈미 총리가 서대문 형무소를 찾은 것이 불편한 과거문제 해소차원이었다면 광케이블 네트워크 시험개통식 참석은 보다 긍정적인 미래관계를 쌓아나가자는 의지의 상징입니다" 그가 한·일 교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년 전부터다. "한국의 2세 경영자들이 일본을 잘 모르는데다 방문을 하더라도 술만 마시고 귀국하더군요" 한·일간의 민간외교관으로 나서게 된 동기다. 그 중 두드러진 활동으로는 1990년에있었던 한·일경제인간담회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2세경영인들을 일본의 재계중진들과 연결시켜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91년에 시작된 '한·일청년 포럼'도 그의 작품이다. 수년 전엔 사할린 교포들의 귀국을 지원하기도 했다. 일본이 당초에 지원자금으로 4억엔을 책정했지만 그 정도론 생활기반을 마련해주기 어렵다고 주장해 20억엔으로 늘렸다. 최근엔 '한·일 IT포럼'을 결성해 한·일 벤처기업 교류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재일교포들을 데려와 국내에서 IT교육을 시키는 사업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지 말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교류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그는 "양국 협력을 위한 충실한 도우미로 계속 남겠다"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