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의 정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밤새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달러/엔 환율 움직임을 개장초에 반영한 뒤 팽팽한 수급 상황을 반영, 잰걸음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의욕이 크게 감퇴한 가운데 거래는 활력을 잃고 있으며 월말과 분기말을 맞은 이번주( 3. 25 ∼ 3. 29) 환율 역시 변동성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눈치다. 무엇보다 시장 방향을 한 쪽으로 이끌만한 모멘텀 부족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엔의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이번주에는 1,330원대로의 상승 시도가 예상된다. 수출이 더디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월말 네고물량의 출회가 예상되지만 업체들이 미리 선물환매도에 나선 데다 외국인의 배당금수요, 주식순매도분 등의 수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유사의 결제수요 유입도 예상이 가능한 시점이다. 그러나 주가 상승 기조 및 펀더멘털의 개선에 따라 상승이 제한되고 1,330원대에서 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본격화될 경우 뭉쳐있던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변동성 위축이후 에너지 축적을 통해 어느 한 방향으로 크게 기울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아래쪽으로 더 열려있다는 셈이다. ◆ 1,330원대를 향해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20.38원, 고점은 1,333.88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22.90원, 고점인 1,329.10원에서 위아래로 확대됐다. 위쪽으로 8명의 딜러가 전고점 테스트에 나서 1,335원을 상승의 한계로, 5명이 1,332∼1,333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2명의 딜러가 1,330원을 고점으로 본 반면 1명은 1,338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아래쪽으로는 1,320원을 저점으로 본다는 견해가 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명의 딜러가 1,323원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은 일단 지난 1월 23일 장중 기록한 1,335.30원을 테스트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박스권내 움직임은 여전한 가운데 달러/엔의 상승 기조 유지, 실제 물량공급 여부의 의문부호 등이 1,330원대로의 진입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 움츠린 외환시장 = 지난주 환율은 달러/엔의 130엔대 진입을 배경으로 점진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며 박스권 범위를 1,325∼1,330원으로 상향했다. 주중 월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속에 레벨 부담감과 네고물량 출회 등은 상승 시도를 억제했다. 특히 지난주중 전반적으로 환율 이동거리는 6.20원에 불과, 올들어 가장 좁은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지난 금요일에는 일중 1.20원이 움직여 16개월중 최소치를 가리켰다. 주중 가장 많이 움직인 수요일이 3.70원에 그쳤다. 거래량도 전주에 비해 다소 줄었다. 지난 20일까지 수출이 지난해 4월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고 다음달 중 수출 증가세로의 반전이 예상됐으며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감 등이 나왔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급상 공급이 뚜렷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데다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우세 등으로 달러매수(롱)마인드가 꾸준히 유지되는 양상이었다. ◆ 달러/엔 상승기조 유지 = 달러/엔의 경우, 지난주 130엔대를 회복하면서 아래쪽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일본의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현지기업의 본국송금 자본 유입이 일단락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다 신규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수요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본 증시의 랠리 중단, 3월 위기감 해소에 따른 일본 정부의 개혁드라이브 완화 등이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행(BOJ)가 지난 금요일 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수출과 공장생산의 침체가 제한되고 있다며 20개월만에 경기판단을 상향조정했음에도 불구, 달러/엔은 뉴욕에서 오름세를 유지하며 한때 133엔을 위협했으며 132.86엔에 마감했다. 이에따라 달러/엔은 이번주 132∼135엔 범위로의 복귀가 예상되면서 달러/원의 상승을 일정부분 자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달러/엔이 135엔 위를 위협할 경우 달러/원도 1,335원을 새로운 저항선으로 상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팽팽한 수급 상황 전개 = 현재 펀더멘털은 환율 하락에 우호적이지만 수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순매도, 결제수요 등이 아래쪽을 받치고 있는데다 업체들이 선물환매도에 꾸준히 나선 탓에 실제 시장에 매물이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다. 이번주 월말과 분기말을 맞아 네고물량의 공급이 예상되지만 매도헤지가 상당하고 대기업체 네고도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적극적인 하락을 유도하기보다는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수요요인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배당금 송금수요에 대한 부담감도 자리잡고 있다. 일부에서 규모가 5억∼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전액이 시장에서 처리되지는 않는 대신 얼마나 등장하느냐가 수급상황에 영향을 가할 전망이다. 외투법인의 과실송금도 분기말을 앞두고 이에 가세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실제 네고물량보다 선물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월말 네고물량보다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이 더 많이 영향을 가할 수 있다"며 "배당금수요는 주식으로 채울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유가가 급등한 점도 다소간의 부담이다. 지난 금요일 6개월중 최고치를 경신한 뒤 주말 소폭 반락했으나 매수시점을 놓친 정유사에서 어떤 동향을 보일 지가 관건인 셈. 수급상 서로 상쇄되는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 압도하지 못하는 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 외국인직접투자(FDI)자금이나 돌발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1,330원대는 거부감이 있는 레벨이나 수급이 뒷받침 못한다면 박스권이 소폭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달러매수(롱)가 편하다고 인식되는 시점에서 달러/엔 방향과 장중 수급상황에 대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최근 금리 급등,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정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도 주목된다. 수출이냐 물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 급등은 제한받을 공산이 크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