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문맹과 민주정치 .. 金仲秀 <경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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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누구에게나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1인1표제 원칙이 민주주의의 특징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는 직접적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의 특성을 차별하지 않고 국민 모두를 동등하게 취급하면서 선거를 통해 정치지도자를 뽑는 제도에 약점이 없을 수는 없다.
지도자는 점점 더 전문화돼 가는 복잡한 국제환경을 이해할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분별할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투표에서 올바른 지도자가 선택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포퓰리즘 정책이 왜 개도국에서는 횡행할 수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수요가 없는 공급이 있을 수 없듯이 개도국일수록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이익집단에 대해서 국가이익보다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내세운다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노동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착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이익집단들이 경제주체들 사이의 상충되는 이해를 조정하는 긍정적 역할도 하고 있다.
왜 우리의 이익집단은 사회안정마저 위협하는 극단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가.
이러한 행동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없는데 공급만이 있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보편적 이념이다.
글로벌 추세가 확대돼 전 세계의 국가가 하나의 경제체제로 통합돼 가고 있기에 특정국가가 이러한 추세에서 벗어나 독자적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이 두 이념이 뿌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어떠한 제도도 저절로 정착될 수는 없다.
특히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이고 적절한 행동에 대한 국가적 경제교육 노력이 결여된 것이 우리의 결정적 취약점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최근 경제적 문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적절한 경제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효율적으로 경제행위를 영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투표행위도 올바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미국국민에 대한 글로벌경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올바른 지도자를 뽑기 위한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라고 해서 태어날 때부터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며,포퓰리스트나 사회주의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섣부른 감상적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제주체들이 인지하고 있기에 포퓰리스트가 발을 붙일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의 미국에서,고등학생과 대학생 중 재정적자의 의미를 모르는 학생이 50%,인플레 영향을 이해 못한 비율이 70%,심지어 60%의 학생은 정부가 임금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경제교육국가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제문맹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우리는 지금 정치계절을 즐기고 있다.
후보들은 누구나 개혁을 주창하고 있는데 경제문맹이 아니기를 희망하고 있다.
누구나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의외이다.
글로벌 경제에 살면서 정치개혁을 내세우고,그것도 정치인들끼리 권력을 나누는 방법을 논하는 우를 범하고 있으니 한심한 생각이 앞선다.
정치개혁의 핵심 관건은 권력의 개인집중보다는 정치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 아닌가.
경제적으로 설명하면 정치권의 지대(rent)가 사라져야 한다.
정치인이 기회비용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받는 것이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에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수록,성공한 경우의 보상이 더 커지므로,정치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을 정치인으로 만드는 것보다는,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도록 법과 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클린턴의 정치 슬로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이젠 경제야,이 멍텅구리야!"에서 정치지도자를 하겠다는 사람이면 무엇을 느낄 법도 한데 아마 우리 국민을 너무 무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든다.
국민을 일깨우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