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고 우승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6백만달러) 3라운드 후 1,2위에 나섰던 무명선수들이 한 말인데 그 중 한 선수가 정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마지막 세 홀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얻어낸 극적인 우승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크레이그 퍽스(35·뉴질랜드).


그는 25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백80타를 기록,스티븐 에임스를 2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백8만달러를 받은 퍽스는 상금랭킹이 지난주 50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다.


퍽스는 마스터스 3년 출전권을 비롯 올해 4개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는 시드까지 받았다.


예상치 못한 우승 못지 않게 그의 최종일 플레이 내용도 극적이었다.


마지막 세 홀을 '이글-버디-파'로 마무리하며 갤러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 것.


15번홀(파4)에서 60㎝ 파퍼트를 놓친 퍽스는 2위로 떨어지면서 '막판 중압감'의 희생양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16번홀(파5)부터 믿을 수 없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투온을 노린 세컨드샷이 그린 오른편 물쪽 깊은 러프에 박혀 버렸다.


스탠스를 취하기도 어려운 그 곳에서 친 퍽스의 6m 피치샷은 그러나 홀 속으로 사라졌다.


이글로 다시 단독 선두.


악명 높은 17번홀(파3).


퍽스는 8.4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2위와의 간격을 2타로 벌렸다.


워터해저드가 위협적인 18번홀(파4).


드라이버샷이 나무 뒤 러프에 박혔다.


펀치샷으로 볼을 꺼냈으나 세번째 샷이 그린을 오버했다.


홀까지는 8.7m.


4온에 2퍼트면 이미 경기를 마친 에임스와 연장전으로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또 한번 '행운'이 따랐다.


웨지를 떠난 퍽스의 볼이 졸졸 구르더니 홀로 들어간 것.


두 번 실수를 하고도 건진 기적과 같은 파였다.


'상황 끝'이었다.


처음으로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는 합계 1언더파 2백87타로 공동 14위에 머물렀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최경주(32·슈페리어)도 선전했다.


최경주는 합계 2오버파 2백90타로 28위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3만8천2백12달러(약 5천만원)의 상금을 받아 이 부문 랭킹 68위에 올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