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내주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은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고,기대 또한 크다. 부시 미국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된데다 북·미관계도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임 특사의 방북이 남북 및 북미관계의 막혔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번 특사파견은 김대중 대통령이 제의한 것이긴 하지만 북한측이 흔쾌히 수용하고,남북이 공개적으로 동시발표의 형식을 취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무척 크다. 우리가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이번 기회에 남북대화의 기틀을 보다 확고히 다져주기 바란다. 벌써부터 월드컵과 북한 아리랑 축전에 고위급인사들의 교차방문을 비롯 이산가족 상봉,장관급회담 재개,경제협력사업 촉진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리라는 기대섞인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특사 방북의 실현으로 북한이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선 남북한 공동노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점은 주목해볼 대목이다.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 또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밝힌 특사파견 제의의 배경을 보면 한반도 긴장조성을 예방하고, 6·15공동선언 준수와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 문제를 논의한다는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돼있다. 문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북·미간의 관계개선 여하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특사방북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본다. 우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만 있다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간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스스로 쌓아놓은 불신의 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된다.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느닷없이 연기하는 등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남북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대화 자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자신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진지한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고 남측의 특사를 맞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