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노조 조합원들의 대량 해임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설마'했던 전력대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이미경씨(32)는 "발전 파업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에 관해서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단전 등 이번 사태에 따른 생활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걱정과는 달리 정부는 25일 오전 9시까지 복귀한 인력만 가지고도 발전소를 정상 가동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향후 전력 수급과 관련,혹시 모를 전력대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흥업소에 대한 전기사용 제한이나 정해진 순서에 따른 송전 차단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력 수급 이상시 전기사용 제한 =산업자원부는 이날 전력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전력 수급이 불안해지면 필요한 경우 유흥업소나 스포츠 야간경기에 대한 전기 사용 제한을 검토하고 예비전력이 1백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우선 순위에 따라 송전 차단 조치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전은 1∼3급까지 3단계의 수급경보를 발령하는데 우선 3급의 경우 예비전력이 2백만∼3백만㎾일 경우 비상대기에 들어가고 예비전력이 1백만∼2백만㎾의 2급이 발령되면 발전기 출력을 높이고 민간 발전소에 추가 가동을 요청하게 된다. 예비전력 1백만㎾ 미만의 1급은 광역 정전이 우려되는 준전시 상황인 만큼 사전에 정해진 우선 순위에 따라 고객별, 선로별로 부하 조정에 들어가 전력 공급 일부가 제한되지만 지금까지 발령된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발전기 재가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 5개 발전회사가 공동으로 '특별기동팀'을 조직해 운영하는 한편 당초 9월 말로 예정된 태안 6호기의 준공시기를 7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 월드컵 개최 시기가 고비 =정부와 발전회사측에 따르면 발전소 정상 운영에 필요한 인원은 3천5백83명이다. 정부는 국방부로부터 2차례에 걸쳐 모두 4백명의 군 기술인력을 지원받아 발전소 운전요원으로 투입키로 했으며 5백명의 경력 계약직을 신규로 채용키로 했다. 정부는 대체인력 확보를 통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지만 발전소의 파행 운영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복귀인원만으로는 파업 전의 정상적인 현장 교대근무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5일 현재 정비 중이거나 정비가 중단된 발전기는 총 24기(5백67만㎾)이고 정비 후 가동 대기 중인 것이 3기(75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력 성수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월드컵 개최 시기부터 수급 불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전기를 정비해야 하는 인력이 모두 발전기 가동에 투입돼 정기적인 시설 복구, 장비 점검 등 발전소의 일상 업무가 마비된 것도 문제다.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력 사용이 급증해 발전소 시설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발전소의 한 간부는 "발전기 운전을 위해서는 정밀한 운전 못지 않게 일상적인 정비.점검이 필요한데 대체 인력들이 그러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