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국내외에서 시행되고 있다. 엔론의 경우 처럼 선진 제도를 갖춘 미국도 공정하지 않은 회계정보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인의 감사대상 기업주식 보유 전면금지'를 골자로 하는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감사인 수임료가 전체수입의 20%를 넘으면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공인회계사회 윤리규정도 검토되고 있다. 감사인 독립성은 공정한 회계의 필수조건이다. 최근 이슈 중 하나가 '감사'와 '감사 이외의 서비스' 동시 제공이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회계감사인이 기업으로부터 감사료를 수임하는 한 독립적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의 극단적 적용은 '감사를 시장기능에 맡길 것이 아니라,공적 기관이 감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까지 주장된다. 물론 현실성 없는 주장이다. 하물며 '감사인이 감사 수임료 뿐만 아니라 경영자문료까지 피감사기업으로부터 수임하면,피감사기업과 타협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감사인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감사인이 감사 이외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기업 내부통제제도 등에 관련된 피감사기업의 경영전반에 대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어 감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1970년대 말까지 피감사법인이 '감사법인에 대해 지급하는 감사 이외 서비스 수입'과, '감사법인에 대해 지급하는 수입'비율을 명시토록 했다가 중단했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년이 지난 요즘 다시 이 정보를 공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배경에는 많은 투자자가 '감사 이외 서비스가 감사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실증은 없다. 하지만 회계감사는 사실상·외관상 독립성을 모두 중시한다. 그러므로 사실적으로는 '감사 이외 서비스가 감사인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외관상으로 투자자가 '비감사업무로 인해 감사의 독립성이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면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감사 이외 서비스로부터의 수입을 공시하는 것으로 제도가 정비됐다. 이러한 정책 목적은,'감사와 비감사서비스 동시 제공이 감사인의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확고한 실증 결과를 보일 수는 없지만',투자자로 하여금 감사인에 대해 지급하는 수수료에는 경영자문 업무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인지케 하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비감사서비스가 감사인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많은 기업들의 경영관행이 인적 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유대관계가 감사인 독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자산규모 70억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시행도 중요한 제도의 변화다. 외부감사인제도와 감사위원회가 아무리 제도적으로 활성화된다고 해도,이들이 대상 기업에 상근하지 않기 때문에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계와 관련된 평상적인 감시활동은 내부회계관리자에게 부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사위원회와 독립적인 외부감사인은 경영진과 독립적 관계를 유지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회계관리자의 기업내 위치는 이보다 복잡하다. 내부회계관리자는 경영진의 지휘·감독을 받고는 있으나,회계와 관련된 특이 현상이 있을 경우 이를 감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역할은 감사위원회 못지 않게 공정한 회계정보의 전달을 위해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내부회계관리자는 기업과 고용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미묘할 수 있다. 외부 감사인이 피감사대상으로부터 교체를 당하게 되면 감사인은 감사료만 수임 못하는 것으로 계약관계가 종료되는 반면,내부회계관리자는 고용관계가 중단 된다. 따라서 내부회계관리자의 역할과 신분보장에 심층적인 연구와 제도적 보완책도 아울러 강구돼야 한다. sksohn@yonsei.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