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를 놓은 수행자는 죽은 목숨이다" 26일 조계종 원로회의에서 제11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법전(法傳) 스님(77·해인사 방장)이 평소 강조하는 수행자상이다. 14세에 출가,평생을 참선수행의 외길을 걸어온 것도 이런 믿음의 실천이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법전 스님은 지난 49년 한국불교의 선풍진작을 위해 청담,성철,향곡스님 등 20여명의 수좌들이 뜻을 모은 '봉암사 결사'에 24세의 젊은 나이로 참여했다. 이때 성철 스님을 만나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다. 경남 통영의 안정사 천제굴에서 수행할 땐 밥하고 빨래하고 약 달이며 성철 스님을 극진히 시봉한 것으로 유명하다. 법전 스님의 화두는 '拖死屍句子(타사시구자·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봉암사 결사 때 깨침의 경계를 처음 접했다. 부엌에서 칼질하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며 경계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스님은 "꿈에도 화두가 들려지는 그 법열(法悅)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스님은 지난 51년 성철 스님으로부터 '도림(道林)'이라는 법호를 받으면서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창원 성주사,문경 갈평토굴과 대승사 윤필암,태백산 도솔암,김용사 금선대 등 전국의 선방과 토굴을 다니며 정진한 끝에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을 인가받았다. 조계종 종회의장(81년),총무원장(82년),해인사 방장(96년),원로회의 의장(2000년)에 이어 종정에 추대된 것은 이같은 수행자로서의 한결같은 삶 때문이다.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도는 춥고 배 고플 때 나온다)'을 강조하는 스님은 수좌들에게도 "중노릇 잘해라.자기 몫을 다해라.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고 강조한다고 상좌 원철 스님은 전한다. 50여명이나 되는 상좌들이 대부분 세상에 이름을 내지 않은 채 수행중인 것도 이런 가르침 덕분이라고 한다. 법전 스님은 또 수행자의 공부는 하안거·동안거에 들고 나는 것보다 '마음'의 결제와 해제가 중요하다고 경책한다. 선방에 앉아 있어도 마음이 딴데 가 있으면 결제가 아니요 저잣거리에 돌아다녀도 화두를 들고 있으면 결제나 다름 없다는 것. 그래서 평소 '행역선좌역선(行亦禪坐亦禪) 심야불야도방하(心也佛也都放下) 안전풍월청정신(眼前風月淸淨身) 각하산색시도량(脚下山色是道場)'이라는 게송을 자주 인용한다. '움직이는 것도 참선이요 앉아 있는 것도 참선이니,마음도 부처도 모두 놓아 버려라.눈 앞의 바람과 달이 모두 청정법신이며,발 아래 펼쳐진 세계가 바로 도량이구나'는 뜻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