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1년새 28%나 급증해 가구당 2천3백만원을 넘어서는 등 위험수위로 치닫자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내놓았다.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요건을 보다 엄격히 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가계빚 증가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물론 아직 가계빚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과다한 것이 아니라고는 하나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이대로 가다가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금리인상 등 거시변수에 손을 대기보다는 부실 위험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주택담보의 부분보증제를 도입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에 대한 미시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고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고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져 가계부실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억제를 구실로 정부가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거나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금융회사가 기업대출은 외면한채 과도한 가계대출 세일 경쟁을 벌인다거나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으나 정부가 직접적인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려 해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곧 발족시키겠다는 가계대출 합동점검반은 실상파악을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영업행위에 간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아울러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요건을 강화하고 대출약정한도를 우발채무로 명시해 손실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조치가 자칫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이번 조치로 대출금리 1%포인트 인상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금융회사들이 이를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경우 가계빚 총 3백42조원에 대한 추가 이자부담만 3조원이 넘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개인대출에서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경쟁'이 아닌 '금리경쟁'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가계입장에서도 경기회복과 더불어 시중 실세금리가 인상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무분별한 대출을 지양하고 빚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