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일터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속적으로 좋은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동시에 경쟁업체에 비해 이직률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 지난해 5천명을 공개모집했지만 지원자는 무려 15만명에 달했다. 또 포천지의 조사에 따르면 1백대 기업의 이직률은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절반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두번째 특징은 높은 재무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3년 '미국에서 일하기 훌륭한 1백대 기업'을 발표했을 때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1백대 기업이 다양한 측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분석했다. 2000년의 경우 포천 1백대 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S&P 5백기업들보다 50% 이상 높았다. 훌륭한 일터는 회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평범한 일터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경영층이 의도하는 변화는 불완전한 정보로 종업원들에게 전달되고 개개인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일하기 좋은 일터에서는 경영진과 종업원간 쌍방향 대화가 원활하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선순환을 가져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게 된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간 협동과 팀워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특정 정책이나 관행만으로 달성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종업원 지주제가 좋은 제도라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이를 도입한 회사가 노사문제 때문에 망하기도 한다. 결국 일하기 좋은 직장의 핵심요소는 종업원과 경영진의 신뢰, 직장에 대한 종업원의 긍지, 사내 동료애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내 아내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내 아내에게 그때 일에 대해 만족했었느냐고 묻는다면 분명 자기일을 좋아했다고 말할 것이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가지 요소중 '긍지'에 해당된다. 그러나 내 아내는 학과내의 학사정책이나 학교내 관료주의 등의 문제로 대학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관료주의는 불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긍지가 아무리 높더라도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면 좋은 직장이 아닌 것이다. 정말 일하기 좋은 직장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종업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4년전 일하기 좋은 직장 신뢰지수를 삼성전자에 적용해 봤다. 그 결과 종업원과 경영층의 원활한 쌍방향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년후 서울 근처의 공장을 찾았을 때 삼성전자는 사내 온라인을 이용한 우수한 의사소통시스템을 소개했다. 종업원 누구라도 경영층에 익명으로 궁금한 여러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 바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른 종업원이 예전에 어떤 질문을 했는지 검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시스템은 사내 신뢰관계를 개선한 좋은 예다. 신뢰는 존경심을 필요로 한다. 경영층에 대한 종업원들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경영진이 종업원들을 정말 끔찍이 생각해주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직원들이 하는 일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을 잘 하고 남다른 노력을 했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종업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 주는 것도 종업원들 자신이 존중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한 방법이다. 지난 몇년간 신뢰지수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상관성이 높았던 질문은 '경영층이 나를 종업원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하고 진정한 관심을 가져주는가'였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즐거움을 만났을 때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아닌 즐거움이다. 이는 곧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더 일하려고 하는 분위기'에서 나온다. 이런 분위기가 해당기업의 생산성을 재는 진정한 척도가 된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