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관순 열사 탄신(1902년 3월15일) 1백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 일본 여고생이 유 열사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담은 글을 써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 에이와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에구치 유키코 양(17)은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2001 한국 수학여행 감상문 콘테스트'에서 '유관순님에게'라는 글로 대상을 차지했다. 최근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간 에구치 양은 감상문에서 "나는 당시 우리 일본인이 당신(유 열사)에게 행한 잔혹하고 무참한 행위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뒤 "14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을 이끈 당신의 행적은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적고 있다. 그녀는 또 "당신은 먼 훗날 나 같은 일본 고등학생들이 서울의 탑골공원에서 당신을 기리는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노래를 다 부르자 주위에 있던 한국 할아버지들의 태도와 시선이 따뜻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이어 한국에서 사귄 '지순'이라는 친구를 언급하면서 "우리 일본인들이 그들에게(지순과 그 가족) 어떻게 비춰질까 불안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줬으며, 특히 헤어질 때 지순이 건넨 '우리는 좋은 친구'라는 말에서 21세기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에구치 양은 마지막으로 "한국 수학여행을 통해 교과서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면서 "나에게 있어 유관순 열사는 바른 역사를 통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 주는 존재"라며 글을 맺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