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가 한물 갔다구요? 머잖아 D램을 능가하는 효자품목이 될 겁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를 관장하는 박종우 부사장(50)은 프린터의 미래가 밝다며 이렇게 말했다. 핸드PC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각종 디지털단말기가 등장하면서 종이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IDC도 박 부사장과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IDC는 지난해 7백30억달러였던 세계 프린팅시장 규모가 2005년 9백6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단말기에 일일이 띄워 읽기보다는 종이에 인쇄해서 보는 것이 시각적으로 훨씬 능률적이라는 점도 프린터가 디지털시대에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도 중요한 e메일이나 자료는 프린터로 출력해서 읽는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2년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프린터의 미래가 밝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TV 등과 함께 프린팅 제품을 7대 주력제품으로 선정했다. 박 부사장은 2007년께는 세계 프린팅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P 캐논 등에 뒤질게 없는 기술력도 갖춘데다 종합전자메이커인 삼성전자의 강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레이저프린터 신제품 '스왈로'는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MRS로부터 HP 등의 제품을 제치고 최고점을 받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단순한 제품이 각광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네트워크화 복합화 추세에 맞추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컨버전스(통합)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반도체에서 가전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기술력을 활용하면 최강의 프린팅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PC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자료를 출력할 수 있는 차세대 프린팅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차별화된 마케팅전략도 세계 프린팅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 운영과 컨설팅을 포함하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1년 전만 해도 '미스터 D램'으로 통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기가 D램 개발 주역이었다. 그런 그가 '미스터 프린터'로 변신해 또 한번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박 부사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퍼듀대(공학박사)를 거쳐 1988년부터 IBM에서 D램을 개발하다 92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