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녹색소비자연대가 시내 주요 관광지역 20곳중 '가장 좋은 거리'와 '가장 나쁜 거리'를 선정해 발표했다. 보행권 건물미관 간판 등이 기준이었다고 하거니와 좋은 거리의 첫째 요건이 모든 사람의 보행권 확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실제 일본만 해도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까지 보도의 경사를 완만하게 처리한 건 물론 횡단보도의 턱을 완전히 제거,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놨다. 뿐만 아니라 인도와 차도가 연결되는 부분엔 모두 노란색의 올록볼록한 시각장애인용 블록을 깔아 장애인들이 차도로 들어서지 않게 신경 썼다. 이에 비해 서울의 보행여건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도심에선 횡단보도의 턱을 없애고 시각장애인용 블록을 깔기 시작했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여전히 높은 턱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 성한 사람도 넘어지기 딱 좋다. 게다가 곳곳마다 가판대 불법주차차량 쓰레기더미가 인도를 차지, 이리저리 피해다니도록 만든다. 보도의 가파른 경사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도로시설 규정에 따르면 보도의 경사는 빗물은 흘러내리되 통행인은 기울기를 느끼지 못하도록 2%가 넘지 않게끔 돼 있다. 폭 1m짜리 보도의 높이 차는 2㎝이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론 15∼20%인 곳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서울 길은 육교(2백40여개)와 지하도(70여개) 투성이다. 장애인에겐 도저히 혼자 다닐 수 없는 '지뢰밭'인 셈이다. 게다가 간판은 밉다 못해 끔찍하다. 일본의 경우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하나의 간판에 칸을 구분해 글씨체만 조금씩 다르게 써놔 깔끔하다. 크기 또한 작고 소박하다. 반면 서울의 간판은 어느 것이나 크고 자극적인 색채에다 제각각 어지러워서 건물을 누더기처럼 보이게 한다. 좋은 거리란 무엇보다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은,그리고 모두가 걸을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서울은 물론 국내의 모든 길이 어린이와 노약자 시각장애인까지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