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900 투자전략 고민..'기관의 힘'에 밀린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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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고민에 빠졌다.
종합주가지수가 기관의 힘으로 900선 고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 두달동안 1조5천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지수 800~900 사이에 쌓아둔 재고정리에 바쁜 모습이었다.
이달들어 세차례 900선 돌파를 시도할 때도 '한계'를 암시하듯 차익을 챙기기에 급급했었다.
훼방꾼 역할을 도맡았던 외국인이 궤도를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증시에서 외국인은 1백60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만만찮은 시장의 힘을 피부로 느낀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늦추며 증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나선 것.
증시전문가들은 앞으로 외국인들이 시장에 충격을 던질만한 매도위주 매매패턴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기관이 시장의 확실한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업종대표주들이 1,000고지를 향한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민에 빠진 외국인=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2조3천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본격화한 때는 지난 2월부터다.
2월중 3천2백88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이달들어서도 매도공세를 이어가며 1조1천7백17억원(25일현재)을 순매도했다.
지수 750이하에서 사들인 주식을 800선이 넘어서자 집중적으로 팔아 차익을 챙긴 셈이다.
특히 지수 800~900대는 지난 99년 외국인이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집중 매물대.900선 돌파를 쉽지 않았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조정을 예상,기회가 왔을 때 재고물량을 털어낸 것도 매도공세의 한 축이었다.
이런 외국인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팔고 조정시 다시 살 기회를 엿보던 외국인이 주가가 900선을 넘어서자 매도공세를 끊고 있다.
시장이 예상외로 강한 상승을 이어가자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월까지 사들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는데 지수가 곧바로 상승하자 당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증권 조사부 이원기 상무도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공격적인 매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MSCI의 한국증시에 대한 등급이 상향조정이 예상되는 점등을 감안하면 현재 보유물량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싸보이는 블루칩=이날 시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블루칩이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동반상승했다.
삼성전자는 4%가 넘는 급등세를 탔다.
현대차도 이틀 연속 상승하며 4만원대를 회복했다.
SK텔레콤도 3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포항제철도 3%이상 큰 폭으로 올라 상승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동안 외국인의 집중 매도공세에 주가가 횡보,이미 많이 오른 옐로칩보다 싸보이는 블루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향후 장세는 외국인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기보다는 기관이 주도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지수 900 이후는 삼성전자등 업종대표 블루칩이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상무는 "외국인도 블루칩 위주로 조금씩 주식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수석연구원도 "결산을 앞둔 투신의 매수효과(윈도드레싱)를 감안하더라도 4월들어 갑자기 기관이 주식을 내다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격메리트가 살아나는 블루칩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