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지방에 있는 저장성(浙江省) 펑화(奉化)현.나즈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범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는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소가 있다. 바로 대만 총통을 지낸 장제스(蔣介石)의 생가(生家)다. 장제스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과 내전을 벌이다 패해 대만으로 밀려난 인물.장제스는 중국인에게는 반공의 상징으로 인식돼왔으며 중국 정부와도 당연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 86년 폐허처럼 버려져있던 장제스 생가를 복원,관광명소로 개발하고 일반인에게 공개를 했다. 이는 중국인은 물론 대만인에게도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정부가 나서 김일성 생가를 복원해준 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제스 생가는 사실 관광지로 부르기엔 초라할 정도였다. 장제스가 태어난 방과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소금가게,그리고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또 다른 집이 전부다. 그런데도 1인당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는다. 중국이 자랑하는 자금성과 만리장성의 입장료가 각각 6천5백원,8천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여간 비싼 것이 아니다. 이는 장제스 생가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외국인인데 기인한다. 어차피 중국인들은 장제스 생가에 관심이 없다. 실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장제스를 잊지 못하는 대만인들과 일본인을 비롯한 일부 외국인들이 전부다. 중국에 근무하는 한 한국 기업인은 "장제스 생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중국인의 상술"이라고 말했다. 장제스의 생가를 관광지로 만든 것은 그의 존재를 역사적으로 복원하고 의미를 찾아보려는 것이 아니라 대만인들의 지갑을 털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지하에 있는 장제스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자신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까 아니면 생가를 복원해 대만인들이 추모를 할 수 있게 해준데 대해 감사하고 있을까. 펑화(奉化)=김태완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