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가는데 방향이 안맞는다" "가까운데 길이 막히니 차라리 걸어가라"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이 정도는 약과다. 합승해서 빙빙 돌고도 요금은 다 받겠다고 눈을 부라리고,여자손님인 줄 뻔히 알면서도 주위의 여성운전자를 향해 "여편네들이 괜히 왔다갔다 해서 길이 막힌다"고 욕을 해댄다. 요즘엔 다소 나아진 듯하지만 그래도 택시를 타고 끝까지 기분좋은 적은 드물다. 택시가 편안하지 않은 까닭은 운전자에게만 있지 않다. 내 경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면 일단 뒷좌석 오른쪽에 앉는데 번번이 왼쪽이나 가운데 볼록한 부분으로 옮겨 앉는다.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택시의 뒷좌석 오른쪽은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앉은 탓일 것이다. 실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택시를 탈 때 온몸의 무게를 있는대로 엉덩이에 실어 털썩 주저앉는다. 결국 승객들의 하중을 못이긴 시트 가운데가 쑥 들어가는 셈인데 회사택시와 개인택시 모두 안고치고 그대로 운행한다. 그러나 의자의 가운데가 그렇게 꺼져 있으면 앉았을 때 배가 가슴쪽으로 치고 올라온다. 보통사람도 불편하려니와 임산부의 경우엔 최악의 상태가 된다. 가뜩이나 배가 불러 숨이 가쁜데 엉덩이가 푹 꺼져 배와 가슴이 접히면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워진다. 임산부에겐 폭신한 소파보다 딱딱하고 평평한 의자,바닥에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 게 편안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아이 둘을 낳는 동안 너무도 고생한 기억이 생생해 몇년전 산업디자인 관련 세미나에서 자동차회사 디자인연구소 책임자를 만난 김에 택시의 뒷좌석 시트 속을 좀더 단단하고 신축성이 적은 소재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책임자는 "좋은 의견"이라면서 회사에 말해 채택되면 모르는 척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상은 바라지 않지만 모쪼록 시정됐으면 좋겠다 싶어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택시의 푹 꺼진 뒷좌석은 여전하다. 돌아가는 도중 잊었는지,의견을 내놨지만 별것 아니라고 무시당했는지,시도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택시와 자가용을 구분해 시트를 만들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넘어갔는지 알 길이 없다. 근래 우리나라 자동차는 정말 좋아졌다. 디자인 성능 연비 모두 나무할 데 없을 정도다. 새차를 볼 때마다 "아,참 예쁘다" 싶다. 기능도 정말 다양하다. 일정 속도 이상 되면 문이 저절로 잠기고 백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가 하면 좌석에 히터장치가 돼 한겨울에 타도 금방 엉덩이가 따끈따끈해진다. 그러나 훌륭한 디자인이란 눈에 띄는 것만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디자인의 알파와 오메가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얼핏 봐서 차이가 안나는 것,오래 사용해봐야 비로서 알 수 있는 작은 대목까지 꼼꼼히 신경쓰는게 기본이다. 겉모양과 내부장식 부분적인 기능이 아무리 근사해도 앉았을 때 불편한 차는 결코 좋은 차일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이라도 자동차회사 임원과 디자인 관계자에게 택시 좀 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다 술 취해서 정신없이 앉았다 내리지 말고 말짱한 정신으로,어디 고칠 때가 없을까 "원초적 문제의식"을 갖고서.승객 역시 "잠깐 탔다 내리는 건데 뭐"라고 생각,그냥 지나치지말고 운전자와 택시회사, 자동차 메이커에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좋은 물건은 똑똑한 소비자가 만드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본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