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채업자와 사라킹업자..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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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kang@goodmanager.co.kr
얼마전 일본에서 열린 금융관련 연구모임 두 군데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하나는 전통 금융산업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회였고,또 하나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소비자금융 관련 학회였다.
그런데 같은 금융관련 학회인데도 회의장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첫날 참석한 학회에서는 노인들이 모여 구태의연한 주제를 놓고 맥풀린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둘쨋날 참석한 소비자금융학회는 학자와 업계 실무자들이 실질적인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장면이 왠지 젊고 활기차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소비자금융업자는 일본에서도 아직은 제대로 사회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금융업자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사채업자에 해당하는 대금전문업자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대금전문업자는 사라킹(샐러리맨 금융의 약자)업자라고 하여 멸시의 대상이 돼 왔던 것이다.
그러던 일본의 소비자금융회사가 점차 사회적인 인지를 받아 대형사들은 기업을 공개하기까지 이르렀다.
일본의 전통금융기관이 정책당국의 보호속에서 지내오는 동안 소비자금융회사들은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으면서 독자적인 힘으로 오늘의 위치에 이른 것이다.
일본의 은행들은 겉으로는 소비자금융업자를 무시하면서도 뒤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본 제휴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이쪽 비즈니스에 진출을 할 수 있을까 머리를 짜고 있을 정도다.
그뿐 아니다.
업자 스스로가 소비자금융업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라킹업자'에서 탈피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소비자금융업자'로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인 것이다.
소비자금융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도록 학계를 지원하는 한편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들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소비자금융회사 몇 개사가 수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진출,많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언론이나 우리나라 업계의 반응은 이에 대해 상당히 감정적인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노력을 해왔는가를 배우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에 이렇게 빨리 돈을 빌려주고,돈을 빌려주면서도 '감사합니다'를 다섯번씩이나 하는 회사는 처음 봤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계 소비자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했다는 이 말을 우리나라 기존의 금융기관들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고객심사,대출금 회수방법등 금융의 노하우가 일본의 은행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개발되어 있다.
교육의 내용은 '돈이란 무엇인가','금융이란 무엇인가','소비와 저축은 어떻게 해야하는가'와 같이 실생활에 필요하면서도 다양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기존의 일본 금융기관이 생각지 못했던 활동인 것이다.
본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