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부활절을 맞아 김수환 추기경(81)이 TV방송에 출연한다. 김 추기경은 EBS TV의 '지성과의 만남'(31일 오후 9시20분)프로그램에 나와 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과 대담형식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인간 복제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녹화 테이프를 통해 김 추기경의 주요 대담내용을 미리 살펴봤다. 지난 98년 서울대교구장을 그만둘 당시 운전도 배우고 한국 곳곳을 여행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던 김 추기경은 "은퇴했지만 사는 날까지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요즘도 여전히 바쁘다"며 "팔도강산을 김삿갓처럼 유랑하려는 계획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어 "운전에도 도전해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운전면허를 따도 실제 운전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얼마전 한 젊은이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일에 대해 김 추기경은 "공공의 선이 개인의 믿음보다 앞서야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개인의 양심이 모든 사람의 선에 해를 끼쳐서는 안되죠.하지만 개인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면 병역의무에 못지 않는 사회 봉사로 대치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김 추기경은 최근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이 있는 것에 관해 "종교와 과학은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보다는 공존하고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면서 "과학이 종교적 윤리를 따르면서 인간의 신비를 탐구하면 인류사회의 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으로,또 사제로 가장 괴로웠을 때를 묻는 질문에 김 추기경은 담담하게 광주민주화운동을 들었다. "서울교구장을 지냈던 30년의 대부분은 군사독재 시절이었지요.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나 생각하며 며칠밤을 자지도 못했어요. 그 후에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사형언도를 받은 사람들의 가족들이 살려 달라고 농성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과 함께 지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김 추기경은 "나이를 이렇게 먹고 보니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사랑의 삶을 살고 있나 늘 되돌아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