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떠나는 사람은 섭섭한 미련이 있게 마련인데도 홀가분하고 다행스럽다는 기분이 앞섭니다" 30일 퇴임하는 강동석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말이 그냥 해보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단군이래 최대 역사라는 인천공항 건설을 맡은 94년 9월부터 8년째 인천공항을 맡아온 그의 표정은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듯 밝아보였다. 인천공항은 29일로 개항 1년을 맞는다. 강 사장은 6년반 동안은 공항건설을 위해 매진했고 1년동안은 공항운영을 정상궤도위에 올리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뛰어왔다. 이순(耳順)을 넘은 나이에 짠내나는 건설현장에서 잠자리를 만들어 가며 인천공항을 지금 모습으로 일궈온 것이다. "지금으로선 아무 계획이 없어요.있다면 8년 가까이 일하면서 보관한 자료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강 사장이 지난주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30박스가량의 자료가 모아졌다. 아직 시간이 있을때,기분이 덜 가셨을때 누군가 원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천상 일꾼이다. "수하물처리시스템이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데도 이를 수용할 터미널건축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 1년 가량 시간을 낭비할 때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이런 생생한 사례들을 진솔하게 자료에 담을 생각이다. 지난 1년간 인천공항을 운영해본 소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도 그는 사례부터 들이댔다. "홍콩공항 개항을 견학갔을 때 로딩브리지가 비행기문짝에 부딪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설계를 아코디언처럼 하고 센서를 달아 한번도 비슷한 사고를 내지 않았지요.공사직원들과 외부회사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따라주고 열심히 해준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안개 때문에 결항사태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태풍이나 폭우가 없어 운영에 큰 차질이 없었던 것도 강 사장은 천우신조로 돌린다.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인천공항 발전방향을 묻자 한 옥타브가 올라간다. 허브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화물환적 비율이 60%,여객 환승비율이 25%를 넘어야 하는데 인천공항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2단계 사업이 2008년 말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인천공항의 시설능력은 항공기 운항 연간 41만회,여객처리 연간 4천4백만명,화물처리 연간 4백50만t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부상합니다" 강 사장은 그러기 위해 외국의 메이저 항공사를 유치해 다양한 항로를 확보하고 항공사가 매력을 느낄 정도로 공항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년쯤뒤 승객 입장에서 공항을 찾았을때 '야,공항이 정말 좋아졌구나' 하고 놀랐으면 하는게 바람입니다" 강 사장은 퇴임하는 순간까지 인천공항에 대한 애정으로 꽉 차있는 듯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