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장쩌민의 능란한 외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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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중이던 얼마 전 베이징(北京)인민대회당.포도주가 몇잔 오간 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갑자기 메가와티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다.
'같이 춤을 추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파격이었다.
치마 차림의 메가와티 대통령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정상은 연회장 무대에 올라 인민해방군 밴드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메가와티 대통령의 남편 등 양국 귀빈들은 '돌발 사태'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장 주석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다.
만찬장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넘쳐났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장 주석의 독특한 외교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외국 정상과의 만찬에서 파격을 즐긴다.
춤추고,노래하고,지휘봉을 잡고,때로는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장 주석은 '석가(夕歌)'라는 노래를 불렀고,김 대통령은 '도라지 타령'으로 답하기도 했다.
장 주석은 외교현장에서 시구(詩句)를 인용,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쿠바 방문 길에는 이백(李白)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을 패러디한 시로 미국의 대만문제 간섭을 통렬하게 꼬집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장 주석은 한시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셰익스피어,마크 트웨인,톨스토이,푸슈킨 등을 좋아한단다.
중국외교부의 한 관리는 "장 주석이 서방 외교관을 만난 자리에서 햄릿 어구를 줄줄이 외워 주위를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의 부드러움 속에는 강경함이 감춰져 있다. 미국의 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하이난다오(海南島)상공 정찰 등의 외교사안에서는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외유내강형 외교술이다.
국내에서 연말 대선을 겨냥한 대권주자들의 레이스가 치열하다.
장 주석의 '댄스 외교'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낭만과 강함을 겸비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