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나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세월의 무게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모든 길을 다 가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인생의 길목에서 끝없이 고뇌한다. 특히 범인(凡人)의 삶이 아니라 스님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이 시대 최고의 선승이자 학승이었던 성철 스님의 삶의 궤적을 기록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원택 지음,김영사)는 애절함과 용맹함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누구에게 고향이 그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24세가 되던 해에 출가해서 81세로 입적할 때까지 한번도 고향 땅을 밟지 않았다. 새벽마다 3시에 일어나 꼭 1백8배 예불을 올리고 선 체조를 하고 냉수욕을 했다. 그를 모셨던 원택 스님은 '큰스님은 빈틈없이 하루를 시작하였다'고 말한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 엄했던 부분을 읽으면서 애절함을 생각한다. 원택 스님은 "큰스님은 한번 결심하면 번복하거나 도중에 멈추는 일이 없었다. 그런 태산 같은 의지로 용맹정진을 거듭했으니 보통 사람보다 먼저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구도자의 길을 가건 범인의 길을 가건 간에 삶의 진리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문에 들어갈 때나 10년 장좌불와(長坐不臥) 때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떠날 때나 큰스님은 늘 변함없이 '똑같다(一如)'는 점을 강조하였다. 처음이나 끝이나 간에 변함없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쉼없이 변화하는 뜻과 마음을 다스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루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성철 스님의 법어 가운데 깨달음에 관한 부분이 있다. 그는 살아가는 것을 한바탕 꿈에 비유하였다. 살아가는 것은 꿈이요 깨달음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리는 자유는 '꿈속에서의 자유'다. 깨달은 사람의 자유는 '꿈을 깬 뒤의 자유'다. 큰스님에게 인간의 참다운 자유는 바로 '내 마음이 본래 부처(卽心是佛)'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마음 이외에는 불법이 없고 부처가 따로 없다'는 말이다. 큰스님은 우리에게 성불의 주인도,인생의 주인도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말한다. 스님들을 쳐다보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큰스님들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밖에서 진리를 찾지 말고 자기를 바로보면서 '각자 마음 속에 있는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잘 개발하라'고 당부한다.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