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사갈등 법에 의한 해결을..朴英凡 <한성대 노동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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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부문 노조가 파업을 벌인지 한달이 넘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전력대란이라도 발생해 민생과 산업에 지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발전자회사 노조원은 해고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발전파업 관련 협상의 출발점이었던 '민영화 노코멘트 및 징계 최소화'등 현안문제 타결원칙에 따라 '조건 없는 대화'의 재개를 촉구했다.
민노총은 만일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다음 주중 동조 총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파업 행위'가 지속돼 온 상태에서 정부가 노조의 요구대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선다면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가 훼손될 것이다.
발전산업의 민영화 논의는 국민의 정부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이 도래하면서 민영화 계획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민영화 초기단계로 발전자회사를 분리했다.
물론 분리 조치를 하기에 앞서 전문가 및 관련 집단이 참여한 여러차례의 공청회,노사정위원회 논의,그리고 국회 입법과정 등을 통해 '국민적 합의절차'를 거쳤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추가 논의,국회 재심의 같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칠 수 있다.
그런데도 발전노조지도부는 이의 외면은 물론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결정도 무시한 채,불법적인 실력행사를 통해 필요한 것을 쟁취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 뒤늦게나마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화에 대한 신뢰성과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노조가 진정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면 즉시 파업을 풀고 직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는 복귀시한(3월25일)이 넘었지만 단순가담자에 대해서는 해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분야 등 공공부문의 파업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노사 관계가 급속한 산업화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적 갈등구조'를 아직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우리 나라 노동권은 법·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신장됐다.
아시아지역 최초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주요정책의 결정과정에 노동계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그러나 철도파업 등 공공부문의 연대파업을 보면,노조에 힘과 권리를 주면서 책임을 요구하는 '협조주의적(coopratistic)'노사관계를 정착시키고자 했던 국민의 정부 노사부문 개혁은 '미완의 과제'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노조지도부가 '세계화'라는 시대 조류를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 정립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민주노총 계열의 발전노조와 한국노총 계열의 철도노조가 연대파업에 참여한 것은 공기업 노조원의 의식변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공공부문 관리자들의 노사관계 관리력이나 의식구조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이 노사분규의 취약지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관리자들의 노사관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노사갈등 구조가 개혁되지 못한 채 구태가 반복되고 있는 원인으로 법에 주어진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노사관계가 법에 의해 보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갈등을 해결하는 절차도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노조나 사측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파업이나 직장폐쇄를 할 경우 상대방에게 끼치는 피해가 있어도 형사상·민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그러나 현실은 노사분규 때 법에 의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사례가 많다.
또 이에 대한 법적 제재도 정치논리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노사관계가 정치적 속성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나,'법에 의한 노사갈등 해결'구도가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
ybpark@hansu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