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회계법인] (下) '부실회계와의 전쟁' .. 변신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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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기업 재무담당자들과 많이 싸웠죠"
12월결산 법인의 회계감사 "시즌"을 마무리한 한 회계사는 "어떻게든 이익을 늘리려는 회사측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요즘 회계법인들은 부실회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 엔론사태의 여파로 '깐깐해진' 감사를 놓고 기업과 줄다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에 따라 상장기업의 퇴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은 더욱 잦아졌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최근 분식회계 혐의로 기업과 회계법인들에 무더기 징계를 내린 것도 회계사들의 감사를 보다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회계법인들은 분식회계 위험성을 절감하고 있다.
대우 분식회계로 산동회계법인이 문을 닫았고 미국 엔론사태가 아더앤더슨을 파산위기로 몰고간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회계법인들은 고객을 선정할 때부터 재무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아예 수임자체를 거절하고 있다.
또 자체 심리기능을 강화하는 등 감사의 질을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내부 심리를 전담하는 회계사수를 15명에서 25명으로 늘렸다.
안건 영화 등 다른 회계법인들도 심리 전담 회계사를 늘리고 심리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는 미국 등에서 실시중인 상호감리(peer review)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기업 법조계 감독기관 감사인 등이 참여하는 공공감시위원회(POB)가 구성돼 회계법인의 내부통제시스템,감사기준 준수여부,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침 등에 대해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윤리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감사제도의 합리적인 운영,당국의 감리감독 기능 보완,공시기능 강화 등 정비해야할 사항이 적지않다고 지적한다.
명확하지 않은 회계처리기준도 정비해야한다.
최근 분식회계 논란을 불러온 '부의 영업권'처리문제에 대해 업계와 감독당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게 좋은 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릇된 회계관행이나 투명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경영진인 파트너와 감사를 맡은 회계사의 감사의견이 다른 경우가 적지않다"며 "담당 회계사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려고 하지만 고객을 관리해야 하는 파트너 입장에서는 기업측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회계연구원 조사연구팀장은 "기업들 중에는 아직도 실적을 유리하게 꾸미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며 "단기 실적에 대한 집착이 분식의 동기를 만들어낸다"며 "이는 해당 기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