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제로 재벌주식을 매수해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면 되겠나"(이인제 후보) "상황에 따라 좀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하게 마련이다"(노무현 후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이인제 후보간 이념논쟁이 가열되면서 두 후보의 경제관 및 정책의 차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두 후보의 노선은 합리적 보수(이 후보 주장)와 개혁적 중도(노 후보 주장)로 대별된다. 양측은 "그간 온건개혁과 합리적 보수의 궤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이 후보측),"일부 정책이 당의 정강정책보다 더 개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중도"(노 후보측)라고 각각 주장해 왔다. 그러나 두 후보의 경제 및 대북 현안정책 등을 비교해보면 이 후보는 '중도',노 후보는 '진보'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 후보는 2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개혁은 급진적이고 과격해선 안된다"며 "나는 기업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철도·전력 등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그가 제시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을 감안하면 진보적 색채가 강한게 사실이다. 이같은 차이는 경제관과 경제정책에서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재벌개혁은 입장차가 가장 두드러진 대목. 이 후보는 지난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오늘의 대기업은 더 이상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있으나 그 비중을 인위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며 탈규제적 입장도 피력했다. 반면 노 후보는 기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으나 "규제완화라는 명분 때문에 재벌개혁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을 여전히 개혁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시각차는 출자총액제한제,은행소유한도제 등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재계에서 철폐를 요구하는 출자총액제한제의 경우 이 후보는 궁극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시각이나 노 후보는 "아직 문어발식 확장이 없어진 게 아니다"며 제도의 '유지'에 무게를 두고있다. 대기업의 은행소유 문제도 이 후보는 일정조건을 두어 소유지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신축적 입장이나,노 후보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민영화와 대해서는 이 후보가 점진적으로 민영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 후보는 전력,철도,가스 등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에는 부정적이다. 조세에 대한 접근방식도 확연히 다르다. 이 후보는 기업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쪽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노 후보는 빈부격차 해소에 포커스를 맞춰 조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주5일 근무제는 이 후보가 '신중론'을,노 후보는 '찬성'쪽이다. 이 후보가 친 기업적 입장에 무게를 싣는 반면 노 후보는 친 노동자 성향이 강함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재창·김병일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