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환경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납을 사용하지 않은 무연(無鉛)합금을 이용한 제품개발이 국내 전자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업체들의 경우 이미 관련기술을 확보,생산라인에 적용할 준비를 끝낸데 이어 이를 우회적인 무역규제 수단으로 활용할 태세여서 국내업체들의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마쓰시타와 소니 등은 내년 말을 목표로 무연제품의 양산체제 구축에 돌입했다. TDK 등 부품업체들도 땜납 대신 주석 은 구리로 만든 합금(무연솔더)을 이용한 용접기술을 개발,제조 시스템을 개편중이다. 일본 전자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EU(유럽연합)가 준비중인 납성분 함유 전자제품의 수입.판매 금지조치 발동시기를 2006년 1월에서 2004년 이후로 앞당기도록 요청할 태세다. 무연 제품과 관련,미국도 자국기업의 준비가 끝나는데로 도입 시기를 앞당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비,삼성전자는 무연(無鉛)합금을 이용한 기판과 부품간의 접합 제조 기술의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에 시판되는 모든 VCR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DVD플레이어와 CD-RW,프린터 등으로 적용제품을 점차 확대해 2004년부터는 모든 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LG전자도 자체 품질센터를 통해 관련기술을 확보,2004년부터 미국과 EU 일본지역 수출품은 전부 무연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기술의 확보는 커녕 아직 문제의 심각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자산업진흥회측은 밝혔다. 업계는 무연접합기술을 적용,생산할 경우 제품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센트"단위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측은 무연접합기술 적용으로 VCR의 경우 한 대당 0.5달러가량 가격이 오르는데다 관련 부품의 품질과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제품 불안정 요인이 발생해 리콜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2~3년간은 국내에서 먼저 시행돼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