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와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 북한경제는 1989년 이래 약 10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후 경제여건이 개선되면서 19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아직까지 지난해 성장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농산물 작황사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세는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북한 특사 파견을 통해 남북한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될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남북경협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북한의 재정사정을 감안할 때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남북경협에 소요되는 재원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북한의 국제금융상 지위=북한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서방차관에 대한 채무불이행(Default)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격리된 지 오래됐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심사를 아예 하지 않는 몇 안되는 국가에 북한이 포함돼 있다. 한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랜만에 북한채권이 거래되긴 했으나 이마저도 서방은행들이 원금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외채를 채권화한 것으로 자금조달과는 관계가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은 국제금융기구를 통하는 길밖에 없다. 199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필두로 여러 국제금융기구에 가입을 신청해오고 있으나 그때마다 미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 미국의 자세가 다소 유연하게 변하고 있어 앞으로 변화가능성을 예고해 주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가입 가능성=이번 북한특사 파견을 계기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 공존을 위한 분위기가 다시 무르익을 경우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빈곤퇴치와 성장지원제도(PRGF)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자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9백25달러 이하의 최빈국을 대상으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되는 자금이다. 2000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백57달러다. 세계은행(IBRD)의 국제개발협회(IDA) 자금도 지원이 가능하다. 이 자금은 지원조건이 가장 좋으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하는 단서가 따른다. 동시에 현재 북한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ADB의 아시아개발기금(ADF)도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북한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미국의 태도를 감안할 때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특별신탁기금을 통한 자금지원=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이라도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개발을 위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미 이 기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의 경제 재건을 위해 지원된 바 있다. 주요국들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이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이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조달해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남북한간의 화해가 형성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이번 특사 파견을 계기로 남북한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