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두루넷과의 합병 협상 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통신시장을 3강구도로 재편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누적적자가 많은 하나로통신과 두루넷간 합병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KT와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또 한전 민영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파워콤 입찰에 하나로와 두루넷이 공동으로 참여하려던 계획도 일단 무산되는 등 이번 협상 결렬은 통신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협상결렬 과정 =지난해 11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합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초 신윤식 하나로사장은 직접 일본을 방문, 두루넷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3월말까지 통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곧바로 양사 실무진은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서류검토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 3월25일 두루넷은 SK텔레콤과 전용회선 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27일 두루넷 이홍선 부회장이 이 사실을 하나로에 통보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하나로측은 곧바로 소프트뱅크에 SK와의 계약 무효화를 요청했으나 30일밤 최종적으로 소프트뱅크가 계약철회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하나로는 결국 31일 공식적으로 합병 결렬을 선언했다. ◇ 논란 가열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하나로 두루넷 소프트뱅크 3자가 통합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한 초안을 제시했는데 같은 날 두루넷이 SK텔레콤과 계약을 맺는 등 이중 플레이를 했다"고 비난했다. 하나로통신은 두루넷의 핵심 사업인 전용회선 부문을 SK에 팔고 나머지 자산만을 합병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로통신 권택민 상무는 "장부가가 4천억원대인 전용회선은 두루넷이 핵심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며 "초고속망의 경우 하나로와 중복투자가 많기 때문에 인수하더라도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루넷은 양사 통합 문제와는 별개로 연초부터 사옥 및 일부 사업부문 매각 계획을 수립, 성실히 진행해 왔는데 이를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두루넷은 전용회선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아직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루넷 이홍선 부회장이 신윤식 사장을 만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와 나머지 자산에 대한 인수를 제의했다'고 하나로가 밝힌 부분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김신배 전무는 "두루넷 전용회선의 3분의 2 정도를 임대해서 사용해 왔는데 두루넷이 매각제의를 함에 따라 MOU를 맺은 후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3강구도 =하나로와 두루넷의 입장차가 큰데다 감정대립까지 겹쳐 단기간에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3강구도 재편 정책도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하나로와 두루넷의 합병이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두루넷과 하나로가 통합하면 3백50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기 때문에 약 1조7천억원 정도의 수입이 매년 들어온다"며 "이 정도면 3조원대인 두 회사의 총 부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두 회사는 힘겨운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 파워콤 입찰 참여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게 됐다. 하나로는 두루넷이 전용회선 사업부문을 팔 경우 합병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밝혔기 때문에 현재로서 유일한 돌파구는 SK텔레콤이 전용회선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입장과 여론의 추이 등에 따라 협상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국.장규호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