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는 팀장만 6명입니다. 팀원 모두가 최종 책임자라는 각오로 일하고 있으니까요" 하나은행 준법감시팀은 특이한 조직이다. 팀원만 있을 뿐 팀장이 없다. 돌려말하면 직원 모두가 팀장인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준법감시인인 박인석 본부장이 팀을 대표하지만 업무적으로는 6명의 팀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책임진다. 대리급 이상의 중고참 전문가로 팀이 구성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대식 대리는 "최종 책임을 진다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6명의 '팀장'이 다루는 업무는 방대하다. 매일 이뤄지는 여.수신 거래에서부터 다른 은행과의 합병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은행업무는 결국 '법률행위'이기 때문이다. 실제 간단한 계약서 작성에서부터 은행의 사활을 좌우하는 경영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업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외환위기 이후 보람은행과 합병할 때나 충청은행을 흡수할 때도 준법감시팀의 충실한 법률지원이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준법감시팀 업무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은 각종 계약서와 회사 내규에 '법률적 하자가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약관 내용을 수정할 때도 필수적으로 이들의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한다. 김진영 김태경 김호균 대리가 이같은 업무를 도맡고 있다. 직원들이 문의하는 법률 상담도 이들의 몫. 특히 김호균 대리는 은행직원들의 법률 소양을 높이기 위해 매주 토요일 행내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법률연수' 코너를 맡고 있다. 은행 업무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준법감시 업무'는 박 본부장과 김대식 대리가 맡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은행감독원과 보람은행에서 25년간 검사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준법감시 업무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 대리는 준법감시 업무 외에 각 지점에서 포착한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거래내역을 추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일도 맡고 있다. 소송업무는 김희대 변호사와 임온식 대리의 몫. 정형화된 사건은 여신관리팀이나 론센터 등에서 직접 소송을 수행하지만 복잡한 소송은 준법감시팀이 직접 맡는다. 준법감시팀은 이들 사건중 30% 정도는 직접 소송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외부 로펌에 의뢰한다. '금융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하나은행을 선택했다는 김 변호사는 "은행 실무와 법률문제를 함께 다루기 때문에 로펌 변호사들이 간과하는 부분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며 은행 사내변호사의 장점을 설명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하나은행 준법감시팀은 승소율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변호사는 "하나은행이 설립된 이래 패한 소송 건수는 5건도 안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은행 업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법률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은행 업무가 다양해지고 금융기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준법감시팀의 임무는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