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 이후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는 대기업의 파산과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경험했다. 그런데 올들어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되살아나면서 이제는 경기회복 국면에 들었다고 판단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때맞춰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률도 연초 대비 28%에 달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와 관련해 은행권 등 금융기관을 통한 지난해 가계부채가 총 3백41조원으로 집계돼 IMF 사태 초기보다 오히려 5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된다. 신용카드만 하더라도 작년 한해 2천7백만장이 신규로 발급되는 등 지금까지 총 8천5백만장이 만들어져 어린이를 포함, 국민 1인당 평균 2장을 소지하고 있고 사용금액은 약 4백80조원에 이르러 불과 1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고 한다. 더구나 연리 20% 이상의 고리로 급전마련을 위한 현금서비스 등에 사용한 금액이 약 3백조원에 이르고 있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IMF 때와 같은 기업부도가 아니라 이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불안한 금리와 향후 주가조정에 따라 대규모의 가계부도, 개인파산 및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양산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가계 및 개인의 파산만 해도 지난해는 전년에 비하여 그 수가 약 2배로 증가하였으며, 금융기관 등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는 최근까지 약 2백5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신용불량자 등록제도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거래 기타상거래에서 발생한 대금 또는 대출금 채무를 정당한 사유없이 변제하지 못한 개인에 대해 금융기관이나 신용정보회사 등이 신용불량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금융거래의 제한을 받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겪게 된다. 더구나 종전에는 금융기관 등이 본인에게 신용불량자 등록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경제활동에 큰 불편을 겪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작년 연말에 법 개정을 통해 2002년 4월1일부터는 금융기관이 신용불량자로 등록할 경우에는 미리 본인에게도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개인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본인에 관한 모든 신용정보의 제공 또는 열람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정보가 사실과 다르면 정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한 경우 금융기관은 즉시 문제가 된 신용정보의 제공, 이용을 중단하고 사실여부를 조사해 그 처리 결과를 본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규모의 가계파산과 양산되는 신용불량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경쟁적인 카드발급과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정책과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과도한 개인소비를 억제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환 < 중기.벤처고문변호사단 특위 부위원장.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