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국제적인 관광·비즈니스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발효된 1일 현지는 조용했다. 축제 분위기는 커녕 최초의 국제자유도시 출범을 홍보하는 현수막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석봉씨는 "제주도를 세계적으로 띄운다는 얘기가 어디 한두번 나왔느냐"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번에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서귀포에서 일식집을 하는 고경수씨는 "선거철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제주시 오라골프장 황명호 전무는 특별법이 시행되면 골프장 입장료가 지금보다 40∼50% 인하돼 관광객이 급증할 것이란 정부전망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 전무는 오히려 "4월부터 비수기인 데다 5∼6월에는 월드컵 열기로 당분간 장사를 공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도의 앞날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감나는 구체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지주민들의 반응은 덤덤할 뿐이다. "당초 정부 발표내용도 실무단계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어 주민들을 더욱 냉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탐라대학의 방청록 교수는 지적했다. 당초 4월부터 예정된 골프장 입장료 인하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제주도 골프장의 입장료 인하를 뒷받침할 조세제한특례법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영어 공문서 사용도 이달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돼있지만 기본적인 민원서류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김창희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본부장은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당초 제주도에 한해 외국인 학교에 대한 내국인 입학자격을 완화(외국 거주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줄 방침이었으나 최근 전국적으로 다같이 적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김 본부장은 "다른 지역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데 구태여 제주도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낼 부모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국인의 무비자입국에 대해서도 서울 등 육지와 동시에 시행되면 모를까 제주도에 국한된 무비자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현지의 반응이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총괄할 특수법인인 제주개발센터 설립도 예산배정을 둘러싼 기획예산처와의 갈등으로 출범시기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당초 3월전에 열릴 예정이었던 해외 투자설명회도 4∼5월로 연기됐다. 유독 부동산 시장만 들썩이고 있다. 서귀포시 서호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 '부동산랜드'를 운영하는 김일 사장은 요즘 무척 바빠졌다. 평소 한 달에 1건꼴이던 거래 체결건수 요즘엔 5건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땅값도 많이 올라 작년 말에 평당 25만원에도 팔리지 않던 감귤농장 땅이 지금은 평당 35만원에 거래된다. 토지 매수자는 민박사업을 하려는 서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재일교포나 재미교포도 있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제주도 전체로는 올들어 지난 2월 말까지 모두 4백74만평의 토지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59만평보다 1백98% 증가한 수치다. 제주=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