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출은 1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지만 감소폭이 한자릿수로 줄어든 데다 무역수지 흑자폭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1백10억달러대에 머물던 월간 수출규모가 작년 5월(1백33억7백만달러) 이후 10개월만에 1백30억달러대로 수직 상승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지난 1월 4억6천만달러, 2월 5억3천6백만달러에 이어 지난달엔 5억7천만달러로 점차 증가세다. 이에 따라 수출이 지난달 바닥을 치고 이달부터 10%대의 고성장 기조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으로의 FDI는 지난 1월(52.8%)과 2월(75.1%)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인데 이어 지난달에도 10%대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자체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유치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 전체로는 작년(1백18억7천만달러)보다 25% 이상 늘어난 1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한국은 수출경쟁국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전통 주력산업과 반도체 컴퓨터 등 IT(정보기술) 산업이 조화를 이뤄 산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게 강점"이라며 "수출과 투자가 10%대의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국내 경기에도 6%대 이상의 고속 성장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 수출회복 배경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1백28메가D램의 경우 지난달부터 현물시장 가격이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거래 가격은 지난 1월(3∼3.3달러)보다 50% 가량 상승한 5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15인치 LCD도 지난 1월(2백30달러) 이후 매달 10달러씩 오르고 있으며 합성수지 평균수출단가도 1월(5백94달러)보다 25% 가량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지난 1∼2월 두자릿수(-31.8%)에서 지난달엔 한자릿수(-9.2%)로 둔화됐다. 컴퓨터는 1∼2월 0.8%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달엔 5.4% 증가로 돌아섰다. 수출효자품목인 무선통신기기는 지난해 20%대의 증가율에서 올해엔 30%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엔저 타격 작았다 =대(對)일본 수출이 27.4% 감소하기는 했지만 일본제품과 경합을 벌이는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은 5.8%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지난 1∼2월 10% 안팎의 감소세에서 지난달엔 소폭의 증가세로 반전되고 있다. ◇ 걸림돌은 없나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 회복세가 더디다. 특히 섬유기계(-19.9%) 운반하역기계(-42.4%) 금속공작기계(-48.0%) 등 생산과 직결된 기계류의 수입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수출품의 원가 상승을 부추겨 채산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미국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가 EU 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개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박 심의관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향방이 수출 본격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