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면 조산하는 사람이 지정된 방향(쥐ㆍ말ㆍ토끼ㆍ닭띠는 서남향,용ㆍ개ㆍ소ㆍ양띠는 동남향,호랑이ㆍ원숭이ㆍ뱀ㆍ돼지띠는 서북향)으로 아기를 눕히고 부정한 물건이 닿지 않도록 한다. 대문엔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 남아면 고추 숯,여아면 솔가지 숯을 3개씩 꿴 금줄을 친다'(한국민속대관) 우리 선조들은 또 삼칠일까지는 외부사람을 집에 안들이는 건 물론 상가(喪家)에도 가지 않고 아궁이 수리나 못박는 일도 하지 않았다. 식구 모두 자극적 음식을 피하고 산모에겐 쌀밥과 미역국을 먹였다. 지금도 산모는 삼칠일 동안은 꼼짝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산욕기(産褥期: 몸이 예전 상태로 회복되는 기간)는 6∼8주지만 흐트러진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삼칠일만이라도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러면 무릎 어깨 허리가 쑤시고 손ㆍ발목이 시린 산후풍에 시달린다고 한다. 때문에 3주동안은 외출과 목욕을 삼가고,호박 가물치를 먹고,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땀을 뺀다. 종래 이런 뒷바라지는 모두 친정 혹은 시어머니의 몫이었다. 그러나 핵가족화에 따라 양쪽 모두 도와줄 형편이 안되거나 방법을 놓고 갈등을 빚는 수도 잦다. 결국 대안으로 등장한 게 산후조리원이다. 게다가 최근엔 '복부ㆍ안면ㆍ유방 마사지를 통한 몸매관리' '신생아의 IQㆍEQ 책임'등을 앞세운 곳이 늘어나면서 산후조리원 입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신생아가 모여있는 만큼 집단 감염이나 발병의 위험이 높다. 실제 지난해 영아 사망사건이 난데 이어 다시 산후조리원 신생아들이 집단설사 증세를 일으켰다고 한다. 산후조리의 중요성에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기저귀 빨래등 뒤치다꺼리도 전처럼 많지 않은 상황에서 꼭 산후조리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스런 감이 없지 않다. 산후조리의 본령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해 건강한 엄마가 되는 것이지 몸매관리나 IQ상담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