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아시아 가족경영기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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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아시아의 가족기업들은 최근 미국 최대의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시스템(캘퍼스:Calpers)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캘퍼스는 전세계에 걸쳐 1천5백1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정이 아시아 가족기업들의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가족기업들은 장기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험난한 행로가 예고돼 있고 신용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는 또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1997년 이 지역의 외환위기 때 가족기업들은 은행 등 채권단과 주주들로부터 그들의 경영스타일을 고치고 경영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것을 강력히 경고받았다.
하지만 그후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회복으로 이런 문제는 잠잠해졌다.
당시에 극히 소수의 기업만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대로 경영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지금 이 지역의 경제는 다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특히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고성장을 질주하던 신흥국가들은 위기에 봉착했다.
개혁을 안했거나 의도적으로 지연했던 가족기업들은 투자자금까지 회수될 위기에 처해 있다.
캘퍼스가 아시아 국가에서 철수한 것은 이 지역 기업들의 개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해 기업들은 투자자와 주주들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특히 가족기업들은 회계장부가 불투명하고 정실주의에 노출되기 쉬우며 소수의 주주들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기업 경영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로 그룹의 주식은 조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친척이나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다수 가족기업들로부터 경영권과 이들 국가의 고유한 관습에서 유래하는 가족경영자의 지위를 어떻게 분리하느냐도 문제다.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홍콩의 허치슨왐포아와 한국 지누스의 자회사인 노스폴은 이런 투명경영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미국도 가족 경영기업이 있다.
포드 JP모건 스탠더드오일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 회사의 주식은 수백만명에게 분산돼 있다.
또 회계회사로부터 철저한 검증을 받고 있다.
아시아의 가족기업들도 물론 주식이 분산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인이 경영을 독점하는 관행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서구형의 경영구조를 정착시킨다는 게 아시아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아시아의 가족기업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이 지역의 문화구조는 분명 서구와 다르다.
또 이들 기업이 경영 역량을 집중해 오늘날 같이 빠른 성장을 이룩한 공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아시아의 가족기업들은 선택의 시간이 왔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영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기업의 회계기준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철저하게 주주와 종업원,그리고 투자자를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이 지역 가족기업들의 장점과 서구적 경영기법이 결합된다면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캘퍼스는 다시 돈 보따리를 들고 아시아로 돌아올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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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 Warning for Asia's Family Companie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