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나흘 연속 상승했다. 전날 국고채권 입찰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뤄졌다는 호재가 있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인 한국은행 총재의 '안정 중시' 취임사와 중동사태 악화로 인한 유가 급등 등 악재에 빛이 바랬다. 투자 심리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금리는 주가가 3% 이상 급등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통안채 입찰 물량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나 일부만 낙찰,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2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6.53%를 기록했다. 6.50%로 갭업 출발한 뒤 꾸준히 상승폭을 키워 한때 6.55%에 매수 호가가 나왔다. 5년 만기물은 7.12%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올랐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7.20%로, BBB- 등급 수익률은 0.05%포인트 오른 11.21%로 마감했다. 국채 선물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6월물은 5만1,603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19포인트 하락한 102.71을 가리켰다. 한때 102.59까지 하락했으나 장 막판 하락폭을 좁혔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이 1,207계약 순매수한 반면 투신사는 1,484계약, 선물회사는 334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한국은행이 실시한 통안채 2년물 입찰에서는 예정물량 1조5,000억원 가운데 1조2,350억원만 금리 연 6.40%에 낙찰됐다. 응찰 물량은 1조8,250억원에 불과했다. 전날 통안채 2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이 6.26%인 점을 감안하면 입찰 분위기가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 중동 무력분쟁 영향 크지 않을 듯 = 이날 오후시장에서 채권 거래는 거의 소강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보안 사령부를 폭격했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유가가 이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예상, 이미 급등한 상태여서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중동 지역 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원유 공급에 차질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며 "현재 유가 상승은 석유업자들의 의도적인 불안 조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날 미국 뉴욕 상품시장에서는 원유가가 6개월중 최고치로 치솟아 물가상승 우려를 조성하며 재무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다. ◆ 금통위 앞두고 관망 예상 = 오는 4일에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 4월중 정례회의가 열린다. 그러나 박승 총재가 "성장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 정책을 펴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으나 이번 회의에서 4.00%수준인 콜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가 인상되기 위해서는 △ 미국의 금리 인상 △ 2개월 이상 수출 호전 △ 물가 급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1.75%선에 머물러 있고 우리 나라의 수출은 3월 들어 감소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물가도 최근 몇 달간 전월대비로 0.5∼0.6% 상승하고 있으나 당장 금리 인상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금통위는 선제적 금리 인상은 아니더라도 유가 및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채권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양진모 애널리스트는 "시장 변수가 소멸해 가는 과정"이라며 "내일 채권 시장은 금통위 결과를 앞두고 지루한 장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